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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사태·FTX 파산…신뢰 무너진 가상자산, 내년에도 '잿빛'

이주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30 05:00

수정 2022.12.30 05:00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올해는 가상자산 시장에 온갖 악재가 덮친 해였다. 긴축 정책이 1년 동안 지속되며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꺼진 가운데 테라·루나 사태를 시작으로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가 파산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내년에도 잿빛 전망이 이어지면서 가상자산 겨울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6만달러에서 1만6000달러로 추락

지난 5월 테라·루나 사태가 일어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불운이 맴돌기 시작했다.
1달러에 고정(페그)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테라USD(UST)가 가격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자매 코인 루나도 붕괴됐다. 당시 테라·루나 가격은 최고가 대비 99.99% 추락했고, 일주일 새 시가총액 57조원이 사라졌다.

이 영향으로 같은 달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3만달러가 붕괴됐다. 테라는 UST의 달러 페그를 유지하기 위한 준비자산으로 가상자산을 보유해 왔다. 당시 비트코인 약 35억달러를 사들인 상태였다. 하지만, UST가 폭락하자 테라가 UST의 가치를 유지하고자 루나를 매수하기 위해 갖고 있던 비트코인을 팔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비트코인까지 급락했다.

코인 메트릭스의 공동설립자인 닉 카터는 당시 CNBC와 인터뷰에서 “시장은 테라가 UST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팔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6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p 인상)을 밟으면서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비트코인 가격은 2만달러대 밑으로 떨어졌다. 2020년 12월 이후 처음이었다. 가상자산 대출업체인 바벨 파이낸스가 가상자산 인출을 중단하면서 뱅크런이 일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비트코인 2만달러선이 깨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긴축 정책 지속이 예상되는데다 테라·루나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의 ‘시스템 리스크’우려가 불거져서다. 바벨 파이낸스 외에도 가상자산 담보 대출업체 셀시우스가 지급준비금 부족 사태로 자산 출금을 중단하는 등 여파가 커졌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 11월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가 유동성 위기로 파산 보호 신청을 하면서 가상자산 업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앞서 지난 7월 FTX 자금으로 유동성 위기를 벗어났던 가상자산 대출업체 블록파이에게 이는 악재로 돌아와 결국 파산을 신청하게 됐다. 최근 세계 2위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이 FTX 사태 등으로 인력 감축에 이어 일본에서의 영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는 등 한 달이 넘어간 지금도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비트코인 가격 추이.
2021년 11월 10일 2022년 04월 05일 5월 10일 6월 18일 11월 10일 12월 29일
6만8950달러 3만9418달러 2만9992달러 1만8961달러 1만5915달러 1만6570달러
추가 악재 불안감 팽배...투자자 보호 시급

온갖 악재에 휘말리면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 역대 최고가인 6만8606달러에서 약 76% 폭락한 1만600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긴축 지속에 더해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내년 전망도 흐리다.

28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크로스체인 디파이 허브 우미의 최고경영자(CEO) 브렌드 츄는 “가상자산 시장이 내년까지 현재와 같은 암울한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길게는 1년 6개월까지 부정적인 심리가 나타날 수 있다”며 “지금은 가상자산에 투자하기에 좋은 시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가격 급락 뿐 아니라 투자자 보호 조치 부실, 과세 위한 제도 정비 부족 등으로 투자자들의 피해도 더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가상자산 규제법으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두고 있지만, 투자자를 보호하는 법은 찾기 힘들다.

지난 10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투자금 보호를 위해 이용자 자산을 분리 보관하고 해킹·전산장애 등 사고에 대비해 보험 등을 의무화하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결국 통과되지 못하고 해를 넘길 전망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재 특금법에는 투자자 보호 내용이 없기 때문에 올해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내년 초에는 통과가 돼서 투자자 보호 쪽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 교수는 “법이 없다고 해서 시장에 대한 감시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닥사(디지털자산 거래소 협의체) 등이 나서는 등 업계의 자정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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