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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생분해가 안돼요".. 생분해 플라스틱의 치명적 진실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02 05:00

수정 2023.01.02 08:48

환경단체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한 즉시 시행"
정부 "사용영역 구체화·생산공정 고도화 기간"
"사실, 생분해가 안돼요".. 생분해 플라스틱의 치명적 진실

[파이낸셜뉴스] 자연에서 스스로 분해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친환경 및 사용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생분해 가능하기는 하지만 분해 조건을 충족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생분해 플라스틱 기준을 강화하고, 생산기업의 공정 준비를 위해 일회용 비닐봉지 판매 금지 대상에서 생분해성 제품을 2024년말까지 제외한 상태다. 이에 환경단체는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며 반발하고 있어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생분해가 불가능한 생분해 플라스틱
1일 서울환경연합 등에 따르면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박테리아나 살아있는 유기체에 의해 분해될 수 있는 플라스틱을 지칭한다. 원료는 식물뿐만 아니라 석유도 사용된다.
대표적 PBAT(Polybuthylene Adipate-co-Terephthalate)와 같은 플라스틱은 석유로, PLA(Poly Lactic Acid)와 같이 옥수수 등 식물로 만들어진다.

'생분해성'이라는 단어로 인해 소비자들은 자연적으로 분해가 되는 플라스틱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토양에서도 생분해가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현재 생분해 환경표지 인증 기준(EL724)은 58℃ 이상, 6개월 안에, 90% 이상 분해되는 조건이다. 인증을 받기 위한 기준이 ‘6개월 동안 58℃ 온도에서 90% 이상 최종 분해되는 것’으로서, 자연분해와는 거리가 사실상 멀다는 지적이다.

또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땅에 매립할 때 분해가 잘된다고 강조되지만 대부분의 쓰레기는 소각처리 되기 때문에 미생물 분해 여부가 사실상 소용이 없다. 국내의 경우 생활 폐기물은 매립하는 것보다 불에 태워 소각 처리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 2020년 기준 서울시 하루 평균 생활 폐기물은 3687t이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7%가 소각된다.

생분해성 비닐봉투는 매립 시 썩는다는 이유로 허용됐지만 생활폐기물 중 24%만 매립된다. 여기에 일반 플라스틱과 섞이면 재활용도 안 될뿐더러 오히려 일반 플라스틱 재활용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기준 강화 위한 준비기간 vs. 조속한 시행
환경부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 규칙에 따라 지난해 11월 24일부터 편의점 등 도·소매 점포(33㎡ 초과)의 비닐 봉투 사용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카페와 식당에서는 종이컵과 젓는 막대,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없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우산 비닐 사용도 금지됐다. 자원 절약과 환경 보호 등이 목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2일 생분해성 플라스틱 재질의 일회용 비닐봉투·쇼핑백과 빨대·젓는막대에 대해서는 2024년 12월 31일까지 사용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의 입법예고를 발표했다. 지난해 8월 발표한 일회용품규제 가이드라인을 통해, 생분해성수지라고 하더라도 합성수지 범위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똑같이 규제하겠다고 밝힌 것에서 한발짝 물러난 셈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 영역의 엄격하게 규정하고 기준을 고도화하기 위한 시간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과 함께 사용하면 오히려 재활용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어 생분해 플라스틱 집중 사용영역을 구체화하고 있고, 인증기준도 산업용 퇴비화보다 높은 일반토양기준으로 고도화하고 있다"며 "영역과 기준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생산공정을 바꾸는 준비기간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환경단체는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환경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뒤늦게 환경표시인증을 한 제품을 대상으로 규제에서 제외하겠다고 한 것은 오히려 1회용품 규제와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소상공인들에게 혼란만 제공할 뿐"이라며 "환경부는 기존 입장대로 생분해성수지 제품 규제를 제대로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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