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22년을 관통한 키워드: #용산시대 #전쟁 #금리 #이태원 #중꺾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29 16:41

수정 2022.12.29 16:58

2022년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은 요동쳤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이 교체됐고 지방권력도 뒤집혔다. 경제는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 충격에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고 자금시장도 경색돼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러시아는 끝끝내 우크라이나를 침공, 전세계를 공포에 빠트렸다.

핼러윈을 앞둔 주말이던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는 158명이 압사하고 196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해 전 국민이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기대가 크지 않았던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뜻밖의 16강 승전보로 전국민이 열광했다.
2022년 한해를 달궜던 키워드 5개를 정리해본다.
#1. 윤석열 대통령 용산시대 개막…국민 품으로 돌아간 청와대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올해 3월 9일 치러진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 뒤 불과 1년 만에 '0선'의 정치신인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드라마를 썼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전국 선거에서 연달아 참패하며 궤멸 지경에 이른 보수진영의 구원 투수로서 '공정과 상식'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워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여의도 정치 문법을 깨며 극적으로 집권한 윤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 후에도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명분으로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고, 청와대를 일반 국민에 개방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관저도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을 개조해 입주했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취임 11일 만에 역대 가장 빠른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자유와 연대의 가치 동맹을 강조하며 글로벌 공급망 구축 등 경제 안보에 주력했다.

북한의 비핵화 노력에 상응하는 단계적 인센티브를 약속하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 동시에 북한의 핵 무력 법제화에 맞서 대북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 기조를 분명히 했다.

#2. 인플레와의 전쟁…美연준 자이언트스텝에 전세계가 고통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EPA연합뉴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세계 경제를 덮치면서 미국 등 각국이 일제히 금리 인상에 나섰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차질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식량 가격 급등까지 겹치면서 세계 물가는 수십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은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8.6%로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물가 안정이 '발등의 불'로 부상했다.

이에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초 0.25%이던 기준금리 상단을 15년새 최고인 4.5%까지 신속히 끌어올렸다. 또 9월부터 양적긴축(QT)도 매월 950억달러(약 124조원) 규모로 늘려 코로나19 이후 풀린 막대한 유동성을 급속히 회수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로 외국자본 유출 등을 우려한 세계 주요국들도 줄줄이 금리 인상에 나섰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재개해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출했다. 이에 세계 주식·채권과 부동산 같은 자산 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고 경기후퇴 우려도 커졌다.

한국은행도 5·7·8·10·11월에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이 중 7월과 10월에는 유례없는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은 부동산시장 및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줬다. 10월 은행권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연 5.34%로 10년 만에 최고였다.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면서 주택 매맷값과 전셋값은 하반기 들어 급락했다.

가파른 긴축 정책과 부동산시장에 대한 우려로 돈줄이 말라가던 자금시장은 강원도가 2050억원의 보증채무 미상환을 선언하면서 촉발한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대혼란에 빠졌다.

#3. 우크라이나 전쟁...침공한 러시아는 패색, 유럽은 에너지대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2월 21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그 뒤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2월 21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그 뒤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키이우에 있다. 우리의 무기가 우리의 실체다. 우리는 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며 조국을 지킬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지난 2월 26일)

2월 24일 러시아가 '특별 군사작전'을 선포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 세계를 위기에 몰아넣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해 자국을 위협했다고 주장했으나, 서방은 정당하지 않은 공격이라며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나섰다.

초반엔 러시아가 파죽지세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내달려 전쟁이 곧 끝날 듯 보였으나, 저항은 거셌다.

우크라이나는 4월 수도권에서 상대를 격퇴했고, 9월 북부 하르키우와 11월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탈환했다.

러시아군이 물러난 부차 등지에선 잔혹한 민간인 학살 정황이 드러났다. 시민이 대피한 극장과 체육관 등지에 무차별적으로 미사일이 날아와 큰 인명피해를 낳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전쟁이 유럽 한복판에서 터지면서 국제사회는 사실상 신냉전 체제에 접어들었다. 서방은 경제 제재의 칼을 뺐고, 러시아는 가스공급 중단 등 에너지 무기화로 맞섰다.

전세가 불리해진 러시아는 핵카드를 꺼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 등 점령지의 자국 영토 편입을 선언하고 이곳이 공격받으면 핵무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엄포를 놨다.

겨울이 되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력시설을 미사일과 이란제 드론으로 폭격하며 시민을 추위로 내몰았으나, 우크라이나는 2014년 잃은 크림반도까지 수복하겠다는 결사항전 태세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인 1천700만명 이상이 피란민이 됐고, 민간인 6천∼8천명이 죽었다. 러시아군은 10만명 넘게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4. 이태원 참사...158명의 젊은 영혼이 비참하게 잠들었다

지난 11월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추모공간을 찾은 추모객이 슬픔에 잠겨 있다. 뉴스1
지난 11월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추모공간을 찾은 추모객이 슬픔에 잠겨 있다. 뉴스1

10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158명이 압사하고 196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핼러윈을 앞둔 주말 이태원동 일대에 10만 명이 넘게 몰렸고, 해밀톤 호텔 옆 좁은 골목에서 밀집된 인파가 뒤엉키며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희생자의 약 90%가 20·30대 젊은이였다.

참사 원인과 책임 규명 과정에서 서울시와 경찰, 소방이 많은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됐던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적절한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의 공동정범으로 입건해 수사를 벌였다.

정치권은 공방 끝에'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꾸렸다. 그러나 지금까지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5.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마음...12년 만에 16강 신화 쓴 한국 축구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강호 포르투갈에 2-1 역전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 축구대표팀.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강호 포르투갈에 2-1 역전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 축구대표팀.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이 11월 개막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 지휘 아래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우리나라가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것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이자 안방에서 '4강 신화'를 썼던 2002년 한일 대회를 포함해 통산 세 번째다.

10회 연속 및 통산 11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선 한국의 조별리그 상대는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로 하나같이 만만찮은 팀들이었으나 불굴의 투지로 16강에 올랐다.


안와골절상을 당해 안면 보호대를 쓰고 전 경기를 뛴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포르투갈전에서 16강행을 책임진 황희찬 등 태극전사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은 성적보다 더 큰 울림을 줬다.

onnews@fnnews.com e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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