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마오타이보다 선물로 인기 많다" 中 부자들, 코로나 치료제 사재기 [빗장 푼 中, 긴장하는 세계]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29 18:25

수정 2022.12.29 18:45

미국산 '팍스로비드' 품귀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고 있는 중국에서 부유한 상류층이 치료제를 사재기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중요한 지인에게 건네는 선물로 비싼 술보다 수입산 치료제가 더 인기를 얻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중국 병원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일선 의료현장에서 코로나19 치료제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공직자와 기업가들이 미국산 '팍스로비드'를 상당량 사재기해 자신들의 부모나 가족, 지인들을 위해 쌓아둔다고 주장했다.

익명의 베이징 병원 관계자는 확진자나 고령자에게 가야 할 팍스로비드 상당수가 건강한 사람에게 팔렸고, 중국에서 선물용으로 쓰이는 고급술인 '마오타이'보다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의 한 사업주는 친구로부터 이달 팍스로비드 두 상자를 선물받았다며 그 친구도 간부들을 위한 병원에서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일 경기회복을 내세우며 방역수칙을 크게 완화했다. 이후 25일까지 약 4억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결과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는 병원이 포화상태에 빠졌으며 장례식장과 화장장도 마비됐다.

현재 중국에서 승인된 코로나19 치료제는 미국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와 중국 제약사 제뉴인 바이오텍이 개발한 아즈부딘까지 2종류다. 중국 정부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로 개발한 서방의 백신을 거부하고 자체 개발한 백신을 접종했다. 화이자는 중국에 백신 수출을 추진했으나 중국의 기술이전 요구에 백신 대신 팍스로비드만 수출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지난 2월 팍스로비드 사용을 승인하고 다음달 2만1200만상자를 수입했다. 이후에도 수십만상자를 들여왔지만 국내 수요를 해소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익명의 중국 정부 고문은 "우리는 시장 내 국산 치료제를 위한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며 "외국산 치료제에 의존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감초, 개나리 등으로 만든 전통 치료제 롄화칭원과 아즈부딘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정작 중국인들은 홍콩이나 마카오로 향해 외국 치료제를 구하고 있다.

FT에 의하면 팍스로비드는 일부 개인병원에서 1상자(5일분)당 8300위안(약 152만원)에 팔리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 4월에 제약사와 합의한 가격은 5일분에 530달러(약 67만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오아시스 국제병원에서는 이달 재고분 300상자가 하루 만에 매진됐다.
27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인들이 암시장에서 불법복제한 인도산 팍스로비드를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영 베이징 연합 의과대학 병원의 한 의사는 말기 암 및 신부전 환자를 위해 팍스로비드를 남겨둬야 한다며 덜 아픈 사람을 위해 쓸 재고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FT는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공동 지원한 최근 연구를 인용, 중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를 줄이려면 1억6000만명에 이르는 고령층에게 팍스로비드 같은 항바이러스 약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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