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9080실버청년]'기록하는 노인' 95세 이인철 원장 "절제가 삶의 원동력"

뉴스1
이인철 전라북도체육회 상임고문이 뉴스1 전북 취재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유경석 기자
이인철 전라북도체육회 상임고문이 뉴스1 전북 취재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유경석 기자
이인철 전라북도체육회 상임고문이 뉴스1 전북 취재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유경석 기자
이인철 전라북도체육회 상임고문이 뉴스1 전북 취재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유경석 기자

[편집자주]대한민국은 오는 2026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20%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100세 이상 인구 역시 2020년 이미 5000명을 넘겼다. 칠순잔치도 옛말이 되고 있다. 현실로 다가온 초고령화 사회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 청년처럼 살고 있는 80~90대 현역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노인은 동네 보호수처럼 지킴이 역할을 해야합니다. 그런 노인이 많아지는 것, 그게 바로 국력입니다."

이인철 전북체육발전연구원장(95)은 매일 아침 직접 운전을 해서 전주종합경기장 내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한다. 그는 30년 넘게 이곳에서 신문과 다양한 책을 보고 끊임없이 기록한다.

이 원장은 "한국전쟁 때 경찰 시험에 합격해 처음 발령받은 곳이 전주였다"며 "평안북도 사람이라 아는 사람도 없었고, 이곳에선 '굴러온 돌'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터전을 만들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왕이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며 "그때부터 지역 체육 발전, 향토사학 연구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 문화, 체육 등 분야를 망라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것이 몸에 뱄다. 이 원장은 기자에게 "뭐든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라"며 '역사의 산증인'답게 어떤 질문을 하든 관련 자료를 척척 꺼내 놓으며 답변을 이어갔다.

이 원장은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아울러 이르는 말) 사이에서 은어로 불리는 '꼰대(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기성세대를 속되게 표현하는 말)'와는 달랐다. 그는 욕심을 내려놓는 '절제'가 몸에 밴 어른이었다. 백수(白壽)를 앞두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에너지가 넘쳤고 눈빛은 또렷했다. 대화를 할 때에는 겸손함과 단호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이 원장은 매일 아침 신문을 읽고 논설을 세 번 정독하고, 저녁에는 뉴스를 꼭 챙겨본다고 한다. 여전히 그는 세상에 관심이 많다.

그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도 사람들이 하는 이런저런 이야기에 말을 보태지는 않는다"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논쟁하는 것을 즐기지만 정제해서 필요한 말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사무실은 그가 그간 모아온 책과 자료, 사진 등 온갖 기록물로 가득했다. 곳곳에는 그의 지팡이,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도 놓여 있었다. 50년 넘는 전주에서의 삶의 흔적이 집약된 곳이었다.

그가 남긴 업적은 다양하다. 전주부사 번역, 전북 체육사 관련 연구, 한국청년회의소 JC 최초 설립 등이다.

이 원장은 그 중에서도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이 쓴 '전주부사(全州府史)' 책을 번역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전주부사는 1933~1942년 전주부제 편제 후 초대 부윤(현재의 시장) 다가도 겐지 때부터 4대 부윤 구로기 요스게까지의 기록이 담긴 역사서를 해석한 총서다.

이 원장은 전주부사를 직접 번역하면서 그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전주의 역사, 문화, 음식 등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는 전주부사를 바탕으로 전주가 콩나물국밥, 한지가 유명한 이유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며 "전주는 물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데 바람이 많이 한곳에 몰려 회오리처럼 불면 심하게 차갑다. 이 바람을 이길 수 있는 대표적인 작물이 바로 녹두, 콩, 닥나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당시 사람들은 대부분 문맹이었고, 웅덩이를 파서 지푸라기를 놓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들은 보통 산에서 캔 약초나 땔감으로 쓰일 나무를 짊어지고 전주에 와서 팔았다"고 했다.

이어 "이들이 추운 겨울에 새벽에 나오면 시장 근처 국밥집 앞에 있는 아궁이에 모여 불을 쬈다"며 "점심 때즘 각자 집에서 삼베에 말아 싸온 보리 주먹밥을 꺼내면 국밥집 주인이 뚝배기에 더운물을 부어줬다"고 했다. "그러면 거기에 콩나물, 새우젓을 넣어 줬는데 그게 바로 콩나물국밥의 시초"라며 "콩나물국밥은 눈물겨운 음식, 그야말로 서민 음식"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원장은 청년회의소 JC에 대해서는 "1964년 청년들에게 외국을 드나들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고 싶어 만들게 됐다"며 "일본과 자매결을 맺은 후 지금까지 맥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억력이 좋은 이유'에 대해 "기록 그리고 정신력의 힘"이라며 "수도 없이 보고 또 봤기 때문에 지금도 어느 자료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다 기억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건강 비결에 대해 묻자 '스트레칭'과 '기구 운동', '소식(小食)'을 꼽았다. 이 원장은 "밥 양이 많으면 덜고 적정량만 먹는다"며 "가만히 앉아있을 때에도 복부운동을 수시로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쓸만한 노인 열만 있으면 그 지역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이라며 "전라북도가 샌드위치처럼 끼여서 기회를 놓칠 때마다 안타깝다. 스포츠 정신, 희생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세대들에게 굳이 조언을 건넨다면 "매사에 욕심부리지 않고, 절제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멀리서 보면 근엄해 보여야 하고, 가까이에서 보면 사랑스럽게 보이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때때로 이야기를 할 때 서릿발 같이 엄격해야할 때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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