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명품 오픈런'… 생존본능 발동한 MZ, 리셀테크에 열광하다 [2023 신년기획]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04 18:04

수정 2023.01.04 18:22

Recession 시대의 해법
부모세대와 비교 '상대적 빈곤' 시달려
플랫폼·소액자본으로 기성 투자방식 탈피
목돈 불릴 때 적금보다 '리셀테크' 선호
한정판·명품 웃돈 받고 되팔아 수익 창출
#. 서울에 거주하는 1984년생인 B씨는 최근 샤넬 클래식 백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4년 전 구입가격보다 80% 이상 급등한 1300만원에 달해서다. 가격 상승을 노리고 구입한 것은 아니지만 MZ세대 사이에선 이를 샤테크(샤넬+재테크)로 부른다.

#.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1996년생인 S군은 리셀(되팔기) 플랫폼인 크림을 통해 나이키 스니커즈 조던1을 구입했다. 구입 후 즉시 구입가에 두배 웃돈을 얹어 되팔았다. 제품을 받지도 않고 하루 만에 리셀을 통해 수익을 얻은 셈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일반인에게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이른바 '슈테크(슈즈+재테크)'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재테크 판도를 바꾸고 있다. MZ세대의 재테크는 '돈 불리기'보다는 신상·명품·한정판 등을 구입 후 되파는 리셀테크가 주를 이루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MZ세대들은 기존 재테크의 개념인 적금·금융상품 투자 등에서 탈피해 제품 구입 후 태블릿PC와 모바일 플랫폼 등을 활용해 판매하면서 수익을 얻고 있다.

저축으로 돈을 모으던 부모세대와 달리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이들은 태블릿PC, 모바일 플랫폼 안에서 편리하게 투자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찾아 재테크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MZ세대의 재테크는 '플랫폼+소액자본'이란 점이 두드러진다. 부동산·미술품 조각투자는 물론, 대체불가토큰(NFT) 등 부동산 등 거액의 투자가 필요한 기성세대와 전혀 다르다.

1999년생 김모군은 "몇천만원을 모으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 돈으로 투자는 더욱 어렵다"며 "수십만원에서 몇백만원으로 아르바이트 벌이보다 많은 용돈벌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친구들과 함께 재미 삼아 리셀테크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플랫폼 등장과 함께 리셀시장은 급격히 몸집이 불어나고 있다. 미국 리셀플랫폼 '스레드업'은 지난해 33조원 수준이던 글로벌 리셀테크 시장 규모가 2025년 7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국내 리셀시장 규모는 지난해 7000억원 규모로, 올해는 1조원 규모를 넘어서고, 오는 2025년에는 2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가수요 발생으로 가격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젊은 층이 실수요자 구매 전 오픈런(가게 문 열리기 전 줄을 서는 현상)을 통해 구입 후 리셀시장에 수익을 얹어 되팔면서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기 연말 콘서트는 물론 스포츠 경기장 티켓은 판매 개시 1분 안에 판매가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상당부분 중고시장에 가격을 얹어 되파는 가수요가 끼어 있다는 분석이다.

MZ세대의 리셀테크에 열광하는 이면에는 안타까움도 있다. 바로 취업난과 치솟는 부동산 속에서 소액자본으로 MZ세대 스스로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설명이다.

부모세대들은 경제성장과 함께 부동산 시장에서도 큰 돈을 벌었지만 현 MZ세대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이유다.


1996년생인 이모씨는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어야 하지만 취업이 쉽지 않아 돈을 벌기도 어렵다"며 "MZ세대들은 플랫폼 활용을 잘 알고 활용할 수 있어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적은 금액으로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플랫폼 활용을 통한 MZ 세대의 재테크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새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향후에는 경제활동 대부분을 디지털 플랫폼 내에서 영위하는 MZ고객을 잘 이해하는 플랫폼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플랫폼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