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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민간단체 지배구조 개선 필요하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04 18:36

수정 2023.01.04 18:36

[fn광장] 민간단체 지배구조 개선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28일 대통령실이 발표한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액수는 놀라웠다. 문재인 정부 5년간(2017∼2021년) 비영리 민간단체에 정부 보조금 약 22조4648억원이 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연평균 4000억원가량 지원금이 증가했지만 2016년 이후 문제사업을 적발해 환수한 것은 153건, 환수금액은 34억원에 불과했다. 이렇게 된 데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위 국정철학을 공유한다는 단체들이 여론 조성의 버팀목이 되다 보니 목소리가 커졌고, 지원금도 늘어만 갔다. 공무원들의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는 큰 사고가 발생하여 언론의 질타를 받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정부의 지원금 말고도 기업들이 사회공헌 사업으로 시민단체에 지원한 금액을 따져보면 그 액수는 정부가 발표한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지난해 연말 모임에서 만난 환경 관련단체 대표는 기업으로부터 10년간 약 100억원을 모금했다고 했다. 모금한 돈 대부분을 실제 사업에 썼다고 힘주어 말했다. 민간단체가 회원들 회비로만 운영되기는 쉽지 않다. 정부든 기업이든 일정 부분 지원은 필요하지만, 지원 이후 보조금 관리나 사후점검이 부족한 점이 문제이다.

추가로 더 주목할 부분은 단체장의 임기이다. 지도부 선임 과정이 폐쇄적이거나 장기간 동일 인물이 회장직을 독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기관이든지 장기집권을 하다 보면 감시체계가 무디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2016년 필자를 포함, 몇몇 뜻을 같이하는 여성들이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를 만들 때 정관으로 회장 임기를 1회에 한하여 연임을 제한하였다. 창립회원 모두 동의하였다. "우리도 지배구조개선을 못하면서 어떻게 사회에 요구해요?"

그러나 아쉽게도 민간단체가 다 그렇지 않다. 보조금 유용 의혹의 촉발점이 되었던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전 대표는 설립 때부터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지도부에 있었다. 국회의원이 안 되었다면 아직도 대표로 있을지도 모른다. 모 여성단체 회장은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수십년간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분들의 마음속에는 '나 아니면 안 된다' '내가 만들었으니 내 것'이라는 사고가 깊게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회장 선임 때마다 잡음이나 소송으로 홍역을 앓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러다 보니 시민단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1년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단체를 신뢰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시민단체의 비판·감시 대상인 대기업, 정부보다 낮았다. 국민의 신뢰 없이 시민단체가 하고 싶은 임무를 달성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지도부의 연임제한과 지원금의 영수증 공개 등 투명한 시스템은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받기 위한 기본요건이기도 하지만 투명성과 이해관계자 소통은 최근 자본시장의 화두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기본이다. ESG는 애초 투자관점에서 시작되었으나 지금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시대정신으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간단체는 이러한 사회변화의 흐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주주들이 사회적 가치에 거스르는 단체 지원을 반대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민간단체가 사회발전에 이바지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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