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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천연가스 가격, 유난히 따듯한 겨울 날씨에 곤두박질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05 14:51

수정 2023.01.05 16:57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천연가스 가격 급락
이상 고온현상으로 난방용 천연가스 수요 크게 줄어
4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 산 세바스티안의 라 콘차 해변에서 시민들이 한겨울에 물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 산 세바스티안의 라 콘차 해변에서 시민들이 한겨울에 물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국제 천연가스 시세가 이례적으로 따듯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면서 곤두박질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날씨로 인해 자원으로 서방을 압박하려는 러시아의 야심이 무색해졌다고 평가했다.

4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을 인용해 이날 미국 천연가스 2월 선물 가격이 100만Btu(25만㎉의 열량을 내는 가스량)당 4.172달러로 장을 마쳤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여름 고점 대비 57% 추락한 가격이다.


같은날 네덜란드 가상거래소인 TTF에서는 올해 2월 인도분 천연가스 선물이 전날보다 11% 내려간 1㎿h(메가와트시)당 64.4유로에 거래됐다. TTF 시세는 유럽연합(EU)의 천연가스 가격 지표로 쓰이며 4일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해 1월 수준이다. TTF 시세는 지난해 8월 26일에 1㎿h당 345.7유로에 달하기도 했다.

WSJ는 올겨울 북반구에서 이상 고온현상이 나타나 난방용 천연가스 수요가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현재 캐나다와 미국 국경의 북동부 오대호 인근과 오하이오강 주변의 온도가 겨울임에도 영상 15도 안팎인데다 동남부 지방의 기온은 26도까지 올랐다고 지적했다. 미 에너지 컨설팅업체 EBW애널리틱스그룹의 일라이 루빈 선임 분석가는 해당 지역들이 지난달 혹한의 겨울 폭풍을 겪었지만 이번 주에는 평년보다 2배 가까이 따듯하다고 내다봤다.

유럽 날씨도 겨울 같지 않다. 올들어 스위스 서북부 쥐라에서는 기온이 20도를 넘었고, 폴란드 바르샤바는 18.9도, 체코 자보르니크는 19.6도, 스페인 빌바오는 25.1도까지 치솟았다. 스위스와 프랑스의 산간 지방에는 지난달 쌓였던 눈이 녹으면서 스키장 슬로프의 절반이 문을 닫았다.

인도에서도 이상 기온이 관측됐다. 5일 인도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의 평균 기온은 21.49도로 평년 기온(20.49도)보다 1도 높았다. 인도 기상청은 지난달 평균 기온이 122년만에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의존하던 유럽의 경우 미국과 중동 등에서 천연가스 수입량을 늘리면서 재고에 여유가 생겼다. 미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량은 전년보다 약 8% 증가한 일평균 3억16만㎥로 일평균 3억300만㎥를 수출한 호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3위는 일평균 2억9733만㎥를 수출한 카타르였다.

WSJ는 미국 내 천연가스 시세가 떨어진 이유에 대해 지난해 6월 초 미국 제2의 LNG 수출시설인 텍사스주 프리포트 LNG 수출 터미널의 화재 사건을 언급했다. 신문은 화재로 인해 미국의 LNG 수출량이 일평균 약 5663만㎥ 감소했다며 해당 물량이 미국 안에 남아 일시적인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미 CNN은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러시아의 계획이 틀어졌다고 지적했다. CNN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삼아 유럽의 우크라이나 개입을 막으려 했지만 계획대로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WSJ는 유럽이 2023~2024년 겨울을 버틸 천연가스를 다시 보충할 시기가 오고 있다며 러시아의 자원 없이 해당 물량을 채울 경우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오른다고 추정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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