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왜 이러나 우리 軍 "北 무인기 뒤늦게 진입 시인... 용산 뚫린 건 아니다"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06 11:31

수정 2023.01.06 14:05

北 무인기 도발 대응·후속 조치...정보 분석에 '혼선'
국정원 북한 무인기 용산 촬영 가능성 인정, 일파만파
무인기 진입 번복·정보판단 혼선…'軍' 책임론 대두
부실대응 논란 자초..군 정보·작전라인 대폭 '정비' 지적'
P-73 구역 침범...대통령실 촬영 관련 논란 지속
여권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는 것, 꼭 침범했다는 건 아냐
북 2017년 6월 9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 사진=뉴스1
북 2017년 6월 9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 사진=뉴스1

5일 경기 양주 가납리 비행장 일대에서 합동참모본부 주관으로 북한 무인기 침투 상황 대응 방공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훈련에는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항공사령부와 공군작전사령부 등이 참여했다. 사진=뉴스1
5일 경기 양주 가납리 비행장 일대에서 합동참모본부 주관으로 북한 무인기 침투 상황 대응 방공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훈련에는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항공사령부와 공군작전사령부 등이 참여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우리 군이 지난달 26일 발생한 북한 무인기 도발 당시 대응과 그 후속 조치과정에서 연이어 '우려와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우리 군은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이를 조기에 포착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전투기·헬기 등 공중전력 20여대를 투입해 총 5시간여에 걸쳐 작전을 펼쳤음에도 1대도 격추 또는 포획하지 못해 논란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공군 경공격기 KA-1 추락, 이후 새떼·풍선 오인, 첫번째 대응훈련 과정에서 실사격이 없어 형식적 훈련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으며 특히 '북한 무인기가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하지 않았다'던 기존 발표를 1주일 만에 번복했다.

5일 합참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서울로 진입한 북한 무인기 1대는 대통령실 일대 반경 3.7㎞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의 북쪽 끝부분으로 진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가 서울 핵심 구역까지는 진입하지 않았다고 자신하던 군이 약 일주일 만에 말을 바꾸면서 애당초 방공 작전 전체가 잘못됐던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더구나 레이더에 포착된 점들을 일주일 넘게 무인기인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 합참의 작전·정보라인에 대한 대폭적인 '정비'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열린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 무인기에 대한 항적조사 결과 비행금지구역 북쪽을 지나간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사건 초기인 지난달 27일 "무인기가 용산 상공을 비행한 항적이 없다"고 했고, 29일에도 "P-73에 침범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는데 이날 재분석 결과를 공개하면서 말을 바꾼 것으로 비춰졌다.

군 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에 진입한 적(북한)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안전엔 이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밝히면서 다만 군 관계자는 "해당 북한 무인기의 구체적인 항적은 군사보안상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가 영공 침범 당시 'P-73'에 "일부 들어왔다"며 P-73을 스치듯 진입했다가 빠져나갔다고 설명했다. 'P-73'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반경 약 3.7㎞(2해리) 상공에 설정돼 있는 비행금지구역을 뜻한다.

다만 "북한 무인기가 P-73 내 700m까지 들어왔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북한 무인기가 P-73에 진입했다고 해서 '용산(상공)이 뚫렸다'는 건 아니다"라며 "용산구는 서울역 일대까지 포함하는데 거기까지 비행해온 건 아니다. 당시 북한 무인기는 P-73에 진입해 '종로구 상공까진 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대통령실 안전을 위해 설정된 P-73이 침범당한 상황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2월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관련 합동참모본부 국회 보고 자료. 군은 이는 일종의 개념도로 무인기의 실제 궤적이 아니라고 했다. 여권은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개념도만 보고 어떻게 북한 무인기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반경 약 3.7㎞ 상공에 설정돼 있는 비행금지구역(P-73)에 들어왔는 것을 알았냐며 정보유출을 의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2월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관련 합동참모본부 국회 보고 자료. 군은 이는 일종의 개념도로 무인기의 실제 궤적이 아니라고 했다. 여권은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개념도만 보고 어떻게 북한 무인기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반경 약 3.7㎞ 상공에 설정돼 있는 비행금지구역(P-73)에 들어왔는 것을 알았냐며 정보유출을 의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당시 우리 군의 대응에 따라 김포·인천국제공항에선 오후 1시18분부터 항공기 이륙이 중단됐다가 오후 2시6분을 기해 해제되기도 했다.

또 이 과정에서 우리 공군의 KA-1 경공격기(전술통제기)가 북한 무인기에 대한 대응 출격 중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9분쯤 원주기지(제8전투비행단) 소속 KA-1 1대가 기지를 이륙한 뒤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반곡리 일대 밭에 떨어졌다 .다행히 KA-1 조종사 2명은 비상탈출에 성공했으며, 큰 부상을 입진 않은 상태에서 소방당국에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은 이날 MDL을 남하한 북한 무인기가 지난 2014년 국내에서 발견됐던 것과 크기(날개폭 1.9~2.5m, 동체 길이 1.2~2m 등), 무게(12~15㎏) 등이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북한 무인기에 항공촬영을 위한 광학장비나 공격용 무기가 탑재됐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합참이 이처럼 무인기 관련 공개 발언을 번복한 배경에는 정보 판단에서의 혼선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당초 무인기 침범 당시 서울 상공을 감시하는 레이더에 탐지와 소실이 반복되는 특이 항적이 포착됐다. 하지만 상황을 지켜보던 합참 요원들이 이를 무인기라고 평가하지 못하면서 대응 작전이 지연됐다.

북한 무인기가 2m급 소형이라 탐지가 어렵다는 초기의 해명에는 사정을 참작할 만한 여지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항적을 잡고도 판단에 실패한 것인 만큼 방공작전이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후 전비태세검열 과정에서 군은 지난주 월요일인 일주일만에 탐지·소실이 반복되는 항적을 연결해서 다시 분석한 결과 북한 무인기의 P-73 침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군은 지난달 27일과 28일에는 레이더에 포착된 정체불명의 항적을 북한 무인기로 추정하고 잇달아 전투기를 출격시켰지만, '새 떼'와 '풍선'을 무인기로 오인하기도 했다.

군은 북한 무인기가 P-73의 북단 상공을 지나면서 용산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에 대해 "촬영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국가정보원이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한 "촬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과 차이가 있다.

합참 역시 북한 무인기가 설령 촬영 능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유의미한 정보는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북한 무인기에 어떤 성능의 촬영 장비가 갖춰졌는지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 추정이라는 지적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 긴급 현안 질의에서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에 대해 군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도 이 장관 사과 전날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5일 경기 양주시 일대에서 합동참모본부 주관으로 북한 무인기 침투 상황 대응 방공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훈련에는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항공사령부와 공군작전사령부 등이 참여했다. 사진=뉴스1
5일 경기 양주시 일대에서 합동참모본부 주관으로 북한 무인기 침투 상황 대응 방공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훈련에는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항공사령부와 공군작전사령부 등이 참여했다. 사진=뉴스1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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