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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마다 전기요금 다르게?…"일리는 있는데 글쎄"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11 05:00

수정 2023.01.11 05:00

송전탑 /뉴시스
송전탑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수도권 전기요금은 인상하고 발전소 인근 지역의 전기요금은 낮추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의 현실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형위)에서 도입을 검토 중인데다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기 때문이다. 다만 단순히 거리만으로 전기요금 차등화를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과 전기요금 관련 수용성이 현실화까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발전소와 멀면 멀수록 전기료 더 내라"

10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균형위는 지난해 10월 '시장원리에 입각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방안 연구'를 용역 발주했다. 균형위는 정부부처 지역정책 총괄 조정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다. 지난해 11월에는 국회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균형위는 화력발전, 원자력발전을 비롯한 발전소 주변 지역에서 환경오염, 폐기물 처리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생산지와 소비지가 같은 전력요금체계를 적용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봤다. 또 발전소에서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기요금이 동일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국내 전력생산과 소비의 불균형 문제는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다. 서울·경기지역의 전력 소비량은 국내 전력 소비의 30%를 웃도는 반면 발전소는 충남, 강원 등 수도권과 거리가 먼 지역에 밀집해 있다. 지역 내 필요 전력 중 다른 지역에서 공급받지 않고 자체 생산과 공급을 할 수 있는 비중을 보여주는 전력 자급률의 경우, 서울은 4.6%(2019년 기준)에 그쳤다. 화력 발전소 등이 모여 있는 인천(247%), 충남( 224.7%), 강원(174.8%) 등은 100%를 크게 넘고 있다. 균형위는 제안요청서에 "전력사용량 수도권 집중에 따른 적정 비용을 고려해 시장원리에 입각한 지역별 차등 전력요금제 도입을 연구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의 전기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전기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에 걸림돌 많아

일부 국가에서는 지역별로 전기요금에 차등을 두고 있다.

영국은 송전망 이용 정도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부과한다. 발전설비가 모여 있는 북부 지역이 전력을 주로 사용하는 남부보다 상대적으로 전기요금이 저렴하다. 미국과 호주도 장거리 송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고 있다. 한국전력도 지난해부터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문제 의식에는 공감하지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위한 걸림돌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거리를 가지고 전기요금을 측정하는 것에도 무리가 있다. 거리가 멀어도 고압 송전선을 이용하면 송전 효율이 높고, 가까운 지역이라도 저압송전선로를 이용할 경우 송전 효율이 낮아진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 수용성이다.
전기요금을 낮추는 곳이 발생하면 당연히 높아지는 곳이 존재한다. 이는 현재 2000만 인구가 몰려있고,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역인 서울·경기 지역이 될 전망이다.
한전의 적자로 올해 추가 전기요금 인상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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