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불법 사금융 안 된다'면서 법정 최고금리 인상 고심하는 정치권, 왜?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13 05:00

수정 2023.01.13 05:00

12일 서울 한 은행 창구에서 시민들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천58조1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6천억원 줄었다. 연간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연합뉴스
12일 서울 한 은행 창구에서 시민들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천58조1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6천억원 줄었다. 연간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연합뉴스
불법사금융 신고 건수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불법사금융 신고 건수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베이비스텝(금리 0.25%p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 기준금리 3.5% 시대를 목전에 두고 정치권이 법정 최고금리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대출금리를 올리는 마당에 제2금융권을 법정 최고금리(20%)에 묶어 놓으면 오히려 서민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몬다는 의견과, 안 그래도 이자 부담이 큰 상황에 상한선을 올리는 건 여론만 악화시킬 것이라는 셈법이 교차해서다. 금융당국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인상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사안"이라며 현재까지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역마진 우려'에 대출 중단한 2금융권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p 올릴 것이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는 3.5%로 은행권의 대출금리도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문제는 중저신용자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 금리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20%다. 법정 최고금리는 대부업법에 따라 연 27.9%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2월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최고금리를 24%로 낮춘 데 이어 2021년 7월 20%까지 낮췄다.

최고금리가 20%에 묶이면서 2금융권은 역마진을 우려, 대출을 중단하고 있다. 조달금리는 급등했는데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못 박혀 있어 역마진이 우려된다는 점에서다. 지난달 대부업계 1위 업체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는 26일부로 신용대출 등 모든 신규대출을 중단했다. SBI, 웰컴, 페퍼 등 저축은행도 연말 외부 채널을 통한 대출을 중단했고, 업계1위 현대캐피탈을 포함해 캐피털 업체들에서도 신규대출 접수를 중단한 바 있다.

이같은 '대출 보릿고개'에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더 내몰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계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는 지난해 9월말 96만 8688명이었다. 2021년 12월말 106만 7005명이었던 것에 비해 9만명 이상 감소한 것이다. 9월말 대부업 신용대출 잔액은 8조 373억원으로, 전년말(8조4578억)에 비해 4000억원 이상 줄었다.

"현실 고려해 상향" vs "여론 악화 우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에서도 법정 최고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현실을 고려해보면 약간의 상향은 필요해보인다. 법을 바꾸지 않고도 시행령을 통해 할 수 있다"라며 "캐피탈 금리가 16~17%까지 올라가는 상황에 일부 상향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무위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도 "지금 법정 최고금리를 너무 낮춰놔서 대부업체가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고금리, 중금리, 저금리 대출이 단계별로 있어야 각 수요에 맞는 금융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최고금리를 마냥 낮추는 건 능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대부업을 이용하는 금융소비자까지 고려해 최고금리를 상향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최고금리 인상에 따른 여론 악화,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을 들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무위원회 소속 한 여당 의원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어려운 분들에게 금리 보전 기회를 주는 것으로 가야지, 지금 법정 최고금리를 올리면 반발이 심할 것 같다"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올리는 타이밍이 너무 안 좋다. 향후 기준금리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지금 법정 최고금리를 올리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정무위 소속 한 야당 의원은 "제2금융권 조달금리가 워낙 오른 것을 고려하면 지금 법정 최고금리가 조금 낮다는 생각"이라며 "하지만 최고금리를 올리자고 말하는 순간 여론이 악화될 것이기 때문에 쉽게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민금융대책까지 포함 근본적 해결책 필요"

여야 정치권에서도 업계 실정을 고려해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여론 악화가 부담이라는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보다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정 최고금리를 27.9%로 올린다고 해도 금융소외자는 발생한다"라며 "서민금융진흥원 등이 서민금융 대책을 통해 금융소외자를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까지 함께 살펴보고, 최고금리 인상 범위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에 맞게 금리를 올리고 내리기보다는 서민금융 정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범위까지 들여다 보고 최고금리 인상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법정 최고금리는 서민들의 금융비용 부담과 금융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사안"이라며 "제도 변경 등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전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13일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줄줄이 오르고 제2금융권 대출중단이 계속될 경우, 정치권과 당국에서도 법정 최고금리 인상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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