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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아직 조폭 전성시대? 여전한 '칠성파·신20세기파' 스토리

뉴스1

입력 2023.01.14 07:23

수정 2023.01.14 07:23

지난 2021년 5월 부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조직폭력단 칠성파와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습.(부산경찰청 제공)
지난 2021년 5월 부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조직폭력단 칠성파와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습.(부산경찰청 제공)


지난해 10월23일 부산 한 호텔에서 조직폭력배 '칠성파'의 전 두목 A씨가 팔순 잔치를 마치고 남성들의 부축을 받으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2022.10.23/뉴스1 노경민 기자
지난해 10월23일 부산 한 호텔에서 조직폭력배 '칠성파'의 전 두목 A씨가 팔순 잔치를 마치고 남성들의 부축을 받으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2022.10.23/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2021년 5월7일 새벽 캄캄한 어둠을 뚫고 경적을 울려대는 차량들이 전력 질주로 부산 광안대교를 가로지른다. 약 10km의 거리를 달린 이들은 상대 파의 차량 앞과 뒤쪽을 가로막은 뒤 차에서 하차시켜 흉기로 신체 부위를 여러 차례 찔렀다.

영화에서 볼법한 이 사건은 부산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다. 생일파티에서 빚어진 사소한 시비가 차량 추격전으로 이어진 것이다. 부산에 살면 누구나 들어봤을 조직폭력 단체 '칠성파'와 '신20세기파'의 이야기다.



이들의 악연은 수년 전을 거슬러 올라간다. 칠성파는 1970년대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고, 일본 야쿠자 조직 두목과 의형제를 맺는 등 조직을 가다듬어왔다.

그러나 칠성파 홀로 위세를 떨치기엔 반대 세력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았다. 반칠성파의 주축인 20세기파도 주먹싸움에 가세했는데, 1993년에는 영화 '친구'로도 잘 알려진 칠성파 조직원이 신20세기파 조직원을 흉기로 살해한 일도 있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칠성파도 노태우 정권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로 핵심급 간부가 구속된 데 이어 신20세기파의 견제가 이어지면서 잠시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이후에도 이들 조직의 신경전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2006년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이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에 난입해 칠성파 조직원들과 흉기로 난투극을 벌였다. 이때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구속돼 언론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15년이 지난 시점에도 이들 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한밤중 광안대교 차량 추격전도 노래방에서 열렸던 생일 파티에서 벌어진 몸싸움 때문이었다.

서로 주먹을 휘두르고 맥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치는 등 노래방 안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신20세기파 조직원이 온라인에 '두들겨 맞고 도망가지 말고 전화 받아라'의 글을 올려 칠성파 대원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후 칠성파 대원은 조직원들을 여럿 불러 신20세기파 조직원을 추격한다. 칠성파에 쪽수가 부족해진 신20세기파 조직원은 반격도 하지 못한 채 칼침을 맞는 등 칠성파의 복수에 혹독히 당했다.

추격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신20세기파는 장례식장에서 문상 중이던 칠성파 조직원을 찾아가 주먹으로 복수했다. 그후에도 서면 번화가에서 집단 싸움을 벌이는 등 시민들에게 위협감을 줬다.

5개월 동안 번화가와 장례식장 등에서 폭력행위를 한 혐의로 두 단체 조직원 73명이 붙잡혔고, 이들 중 폭행을 주도한 24명을 구속됐다.

다만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나오는 부산 조폭의 기세등등한 모습은 이제 한물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젊은 조직원을 중심으로 과거처럼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조직에 대한 소속감보다는 돈이 보이는 쪽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는 것인데, 이를테면 칠성파 조직원이 사업성이 있거나 이해관계만 맞으면 평소 친한 신20세기파 조직원과 뭉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부산에서 붙잡힌 불법 홀덤펍 도박장을 운영한 총책 2명도 서로 다른 조직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 둘의 관계는 칠성파-신20세기파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경찰청이 파악하는 칠성파 조직원은 100여명, 신20세기파는 60여명이다. 집계되지 않는 조직원도 있을 수 있어 실제 조직원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조폭들의 세력 결집화가 예전보다 많이 약해졌다"며 "과거에 비해 사업을 통해 수익을 벌어들이는 방식으로 조직을 유지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조폭의 위세가 예전만치 못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여전히 조폭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뜨겁다. 지난해 10월 칠성파 전 두목의 팔순 잔치가 부산 한 호텔에서 열렸는데, 경찰은 혹시나 벌어질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현장에 수십명을 투입했다.

다행히 폭력 사태는 없었다. 경찰이 호텔 곳곳에 배치돼 조폭 특유의 '깍두기 인사'도 모습을 감췄다. 팔순잔치의 주인공인 A씨는 휠체어를 탄 채 부하들의 부축을 받고 가까스로 몸을 움직였다.

그칠 줄 모르는 돌발 행동에 법정을 매번 왔다 갔다 하는 신20세기파 한 조직원 B씨에 대한 관심도 크다. B씨는 전직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최근에는 인터넷방송 BJ도 하고 있다.


B씨는 지난 12일 같은 조직원 소속의 후배에게 평소 사이가 나빴던 조직원에게 위해를 가하라고 지시했으나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폭행해 치아를 부러뜨리고, 여성 주점 종업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전에도 B씨는 특수상해죄로 형을 살고 출소한 지 3개월만에 선배 조직원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또 유흥주점 종업원을 폭행한 혐의로도 벌금 800만원이 내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