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어서와~ 중국인"… 공항까지 유커 마중 나간 태국 장관 [글로벌 리포트]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15 19:05

수정 2023.01.16 13:19

34개월 만에 통제 풀린 유커
가장 반기는 곳은 동남아國
관광으로 경제 활력 기대감↑
미·유럽 등 서방에선 예의주시
중국발 입국자 규제 강화 태세
지난 9일 태국 방콕의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태국 정부 관계자들이 중국 관광객들에게 화환을 전달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지난 9일 태국 방콕의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태국 정부 관계자들이 중국 관광객들에게 화환을 전달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어서와~ 중국인"… 공항까지 유커 마중 나간 태국 장관 [글로벌 리포트]


중국의 국경 통제가 약 34개월 만에 풀리면서 '유커(중국인 관광객)' 급증에 대한 세계 각지의 기대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등 일부 지역에서는 관광객 덕분에 코로나19로 멍든 경제가 살아난다고 기대하는 반면, 전염병 확산을 우려하는 국가에서는 방역 강화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이달 8일부터 중국에 입국하는 내국인과 외국인에 대한 강제 격리를 중단하고 공항에서 진행하던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폐지했다. 또한 중국인의 해외 관광 및 친지 방문용 일반 여권 발급을 재개했다.


■中 관광객 점진적으로 늘어

해외로 나가는 중국인 규모는 당장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았다. 국경이 막혔던 3년에 걸쳐 항공편 운영 숫자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0년 3월부터 국제선 항공편의 운영 횟수를 국가 및 항공사별로 엄격히 제한했다. 11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8일 이후 1주일 동안 중국에서 이·착륙이 허가된 국제선 항공편은 공식적으로 563편으로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전 대비 6%에 불과했다. 중국 민용항공국(CAAC)은 8일부터 중국 및 외국 항공사로부터 국제선 운항 재개 신청을 받고 있으며 11일 기준으로 2월 초까지 34개국의 40개 항공사가 주당 약 700편의 국제선 운항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CAAC의 량 난 사장은 10일 업계 관계자들과 회동에서 "오는 2월 말이면 중국을 드나드는 국제선 숫자가 주당 1000편, 팬데믹 이전 대비 11%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3월 말에는 주당 2300편까지 가능하다며 "올해 말이면 국제선 규모가 주당 7300편까지 늘어나 팬데믹 이전 80% 수준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신들은 이달 21~27일 중국 춘제 연휴에 출국하는 유커 숫자가 급증한다고 내다봤다. 중국 여행 예약사이트 트립닷컴에 따르면 춘제 기간에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예약은 5일 기준으로 전년 대비 540% 증가했다. 미국 CNN은 8일(현지시간) 트립닷컴을 인용해 국제선 예약자 분석 결과 싱가포르와 한국, 홍콩, 일본, 태국으로 가는 중국인이 많았으며 미국과 영국, 호주행 여행자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립닷컴의 웬디 민 홍보 대표는 "지금은 가격 때문에 단거리 노선 수요가 많다"며 싱가포르와 한국, 일본은 팬데믹 이전에도 중국에서 인기였다고 지적했다. CNN은 관계자를 인용해 올해 1·4분기에는 유학이나 업무 등 급한 목적으로 출국하는 인원이 많겠지만 2·4분기에 들어가면 여가 목적의 여행이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동남아, '유커' 특수 기대

중국의 규제 완화 발표를 가장 반긴 곳은 동남아시아였다. 태국의 아누틴 찬위라꾼 부총리 겸 보건부 장관은 지난 9일 3년 만에 유커들이 태국에 도착하자 방콕의 공항까지 나가 환영 행사를 열었다. 태국은 앞서 외국 관광객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와 코로나19 확진시 진료비 보장 보험을 요구했지만 곧 이를 철회했으며, 유커를 다른 외국인들과 차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싱가포르 정부도 중국 관광객에게 별도 조치를 하지 않겠다고 못박았고 베트남은 중국과 맞닿은 일부 국경에서 시행하던 PCR 검사를 폐지하기로 했다.

해당 국가들은 대부분 관광산업 비중이 크고 중국과 경제적 유대가 돈독한 곳이다. 유엔 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해외로 나간 유커 숫자는 약 1억5500만명이며 이들은 해외에서 2550억달러(약 317조2200억원)를 지출했다. 이는 당시 해외 관광지출 총액의 약 20%에 달했던 금액이다.

미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여행 정상화로 홍콩과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가 가장 큰 혜택을 얻는다고 추정했다. 홍콩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관광객 증가와 수출 호조로 인해 7.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과 싱가포르의 GDP도 각각 2.9%, 1.2%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 JP모간은 지난 7일 보고서에서 호주의 경우 유커 유입으로 관광업이 완전히 회복되면 올해 GDP가 0.5% 증가하고 중국 유학생이 복귀할 경우 추가로 0.4%의 GDP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한국, 필리핀, 스리랑카, 미얀마, 대만, 말레이시아, 모리셔스, 캄보디아 등 다른 국가·지역도 유커 귀환으로 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컨설팅업체 매킨지의 스티브 색손 중국법인 파트너는 "특정 개인이나 국가들은 유커의 소비력을 환영하겠지만 전세계 관광업이 이에 동참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추정했다.

■中에 빗장 거는 美·유럽

반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조심스럽게 반응했다. 미 정부는 지난달 발표에서 이달 5일부터 중국 본토와 마카오, 홍콩에서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에게 항공기 탑승 전 이틀 안에 실시한 코로나19 검사 음성확인서 혹은 코로나19 감염 이후 회복했다는 증빙 서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직항은 물론 모든 경유편에 해당된다. 한국의 인천공항과 캐나다 토론토, 밴쿠버에서 환승한 여행객이 10일 이내에 중국에 체류했다면 미국에 입국할 때 탑승 이틀 이내에 실시한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이달 회의를 마치고 회원국들에게 방역 강화를 강력 권고한다고 밝혔다. 현재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키프로스, 프랑스, 독일, 그리스, 이탈리아, 라트비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이 중국에서 입국한 여행자에 대해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
영국은 앞서 중국발 여행객에 대한 방역 강화에 반대했지만, 이달 방향을 바꿔 출발 전 검사한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받기로 했다.

서방 외에도 한국과 일본, 대만, 호주, 캐나다, 인도, 이스라엘, 모로코, 카타르도 중국발 여행객에 대한 방역을 강화했다.
말레이시아는 따로 음성확인서를 받는 대신 모든 중국발 여행객에게 발열 검사를 실시하고 입국 심사대에 별도의 통로를 운영하기로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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