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금리 뛰자, 증권사 신탁 쫙 빠졌다..작년 23조 증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17 05:00

수정 2023.01.17 05:00

증권사 공들였던 신탁업 지난해 자금이탈
은행 신탁은 59조 늘어 '역대급 머니무브'
은행·증권사 특정금전시탁 수탁총액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은행·증권사 특정금전시탁 수탁총액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증권사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공 들인 신탁업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 완화 의지를 내비치면서 그 흐름이 탄력 받을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줄곧 단행된 금리 인상으로 증권업계가 흔들리면서 앞서 3조원대로 좁혔던 은행 수탁액과의 차이는 도로 벌어졌다. 과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사태 상흔이 아물지 않은 점도 넘어야 할 산으로 지목된다.

은행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지난해 252조원로 줄어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증권사 특정금전신탁 수탁총액은 251조901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말 223조5162억원 대비 28조3878억원(12.7%) 증가한 규모다. 그러나 275조4008억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은행(278조5355억원)을 턱밑까지 쫓았던 2021년말과 비교하면 23조원 이상 유출된 수치다. 은행은 같은 시점 337조원 이상을 끌어 모으며 격차를 더욱 벌렸다.

신탁은 자산을 맡기는 위탁자가 수탁자인 신탁회사(은행·증권·보험사)에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등을 위탁하고 수수료를 대가로 해당 자산과 운용에 따른 수익을 넘겨받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예·적금 대비 높은 수익률을 취할 수 있고, 만기가 1년 정도로 짧은 게 장점이다. 고객이 직접 운용 지시를 내리기 때문에 책임도 뒤따른다는 특성은 부담이다.

신탁은 금전·재산·종합재산으로 구분된다. 부동산이 포함된 재산신탁은 과반을 부동산전업신탁사가 맡고 있으며, 종합재산신탁은 전체에서 비중이 미미하다.

돈을 맡기는 금전신탁 부문에서 은행과 증권은 엎치락뒤치락 선두를 다퉈왔다. 관련 통계가 잡히는 2010년 8월부터 서로 승패를 반복하다, 2018년 1월 은행 수탁액이 200조원을 넘어선 이후 증권을 따돌려왔다.

그러나 증권은 2021년부터 위탁매매, 기업금융(IB),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기존 사업 영역은 물론 다른 사업에까지 확장하며 추격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증권사는 국내외 주식 등 타 금융업권 대비 다양한 자산을 편입할 수 있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탁을 활용해 비상장, 대체투자 등 상품이 활발히 소싱됐고 채권형 신탁 잔고 증가도 일조 했다”며 “특히 기관 고객 역할이 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가 신탁업 제도를 뜯어고친 점은 호재다. 현행법상 금전, 증권, 부동산 등 재산 7종만 신탁 가능했으나 그 대상에 채무, 담보권 등을 추가한 게 핵심이다. 신탁업을 겸영하는 금융사 간에만 업무위탁이 이뤄졌지만 병원, 법무법인, 회계법인, 세무법인, 특허법인 등 비금융 전문기관이 업무 일부를 맡아 전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변화다.

채권시장 안정이 '터닝포인트'.. 시장 기대감은 여전

한·미 기준금리 추이 /뉴스1
한·미 기준금리 추이 /뉴스1

증권사들은 일단 금리 인상 기조가 멈출 때를 기다리고 있다. 평가손실 났던 채권 가치가 올라가는 시점을 노리는 셈이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관련자들은 금리 인상을 포기할 수 없다는 발언을 내놓고 있으나, 이미 시장은 이를 선반영 했고 한국은행은 당분간 3.50%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규모의 경쟁보단 안전성이 담보되고 우량한 자산을 편입해 내실을 다지자는 게 증권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라며 “금리 인상 완화 기조에 따른 채권시장 안정화 이후 재도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특정금전신탁이 안전하기만 하지는 않단 점을 유의해야 한다. 주가지수와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을 편입했다면 위험도는 올라간다. 2020년 마진콜 사태 등 파생 관련 우려는 현재진행형이다. 외화예금을 가입하는 경우엔 환 헤지 여부도 신경 써야할 부분이다. 환율 하락 시 이자수익을 웃도는 환차손을 감당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특정금전신탁 중 고위험·고수익 상품인 ELS, DLS 등 편입 신탁은 감소한 반면 퇴직연금·정기예금형 신탁이 큰 폭 증가했다. 1년 새 전자가 7.65% 감소할 동안 후자는 26.42%, 29.77%씩 불어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특정금전신탁은 예금자보호대상에서 제외되며, 무조건 원금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어느 금융회사를 통해 가입할지보다는 투자 상품의 위험도, 만기, 중도상환 조건 등을 살펴보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