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반도체 세정 국가핵심기술 中에 넘긴 5명, 재판정으로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17 04:18

수정 2023.01.17 17:38

[연합뉴스 TV 갈무리]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 TV 갈무리]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가핵심기술인 '초임계 반도체 세정장비' 제조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 전 연구원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박진성 부장검사)는 16일 수원지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세메스 전 연구원 A씨(47) 등 2명과 기술 유출 브로커 B씨, 세메스 협력사 대표 C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세메스 협력사 직원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세메스를 그만두고 2019년 다른 회사를 설립한 뒤 2021년 6월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 반도체 세정장비' 핵심 도면을 C씨로부터 취득해 이를 브로커 B씨를 통해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협력사 대표 C씨는 A씨에게 초임계 도면을 넘겨주는 대가로 A씨로부터 38억원 투자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브로커 B씨는 기술 유출 다리 역할을 하며 16억원을 현금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초임계 세정 장비는 초임계(액체와 기체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 이산화탄소로 반도체 기판을 세정하는 설비다. 이 기술은 기판 손상을 최소화하는 차세대 기술로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이다.

A씨는 지난해 9월경 중국 민간 반도체 업체에 초임계 세정장비 10대(대당 248억원)를 납품한 뒤 기술을 이전하기로 협약했으나 다행히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실제 장비 납품은 한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함께 구속 기소된 세메스 전 연구원과 공모해 2021년 5∼7월 세메스가 일본에 이어 세계 2번째로 개발한 '매엽식 인산 세정장비 기술 정보'를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내부 직원들에게 누설한 혐의도 받는다.

인산 세정장비는 인산 약액을 이용해 반도체 웨이퍼를 1개씩 세정하는 장비다.

이밖에 A씨는 2019년 7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자신의 명의로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거래에 끼워 넣는 등의 수법으로 자신의 회사 자금 27억원을 횡령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 B씨는 A씨가 2020년 10월 11억원을 횡령하는 데 가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범죄수입을 환수하기 위해 A씨 업체에 있던 습식 세정장비 6개를 압류하고, 예금채권과 부동산 가압류 등을 통해 535억원 상당의 재산을 보전 조치했다.

한편 A씨는 지난해 5월 세메스가 개발한 습식 반도체 세정 장비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그는 같은 해 11월 구속기한 만료 등으로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재판을 받아왔으나, 검찰이 추가 기술 유출 범죄를 밝혀내면서 다시 수감됐다.

박진성 부장검사는 "피해 회사(세메스)는 초임계 기술개발을 위해 연구비 등 350억원을 투자했고 이번 기술 유출로 기술경쟁력이 떨어져 거래처 수주가 10%만 낮아진다면 연간 400억원 이상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기술 유출 범죄는 기업 생존은 물론 국가 경쟁력과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중대한 범죄다.
건전한 기술 개발 풍토를 해치고 공정한 시장 경쟁 질서를 해치는 산업기술 및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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