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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시인' 이상의 난해시 '0 : 1'…"물리학으로 풀었다"

뉴스1

입력 2023.01.19 09:30

수정 2023.01.19 09:30

지스트 이수정 교수(사진 왼쪽)와 캘리포니아 대학교 머세드 물리학 박사과정 오상현씨(지스트 제공)/뉴스1
지스트 이수정 교수(사진 왼쪽)와 캘리포니아 대학교 머세드 물리학 박사과정 오상현씨(지스트 제공)/뉴스1


(광주남=뉴스1) 조영석 기자 = 천재 시인 이상(1910~1937)의 연작시 '건축무한육면각체'의 작품 중 하나인 '진단 0 : 1'을 물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한 논문이 발표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스트(광주과기원) 기초교육학부 이수정 교수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머세드(UC 머세드) 물리학 박사과정생 오상현 씨(지스트 졸업생)는 이상의 시 '진단 0 : 1'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시공간에 관한 시임을 규명하고 이를 해설한 논문을 발표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이상문학회가 발행하는 '이상리뷰' 18호에 '이상 시의 주기경계조건 1 - 건축무한육면각체 – 진단 0:1의 파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지난 2021년에 이상의 '삼차각설계도'와 '건축무한육면각체'를 4차원의 기하학·물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여 주목을 받은 바 있다.

'1 2 3 4 ...'의 숫자로 시작하는 진단 '0 : 1'은 가운데 점(·)이 대각선을 가로지르는 11행 11열의 숫자표와 '진단 0 : 1'이라는 표현 등이 등장하는 짧은 시로 이상의 대표적 난해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 시를 두고 기존 학계에서는 행이 바뀔 때마다 1/10씩 곱해지는 등비수열이라거나, 대각선을 사이에 둔 대립에 관한 묘사라는 관점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 교수 연구팀은 기존의 해석에서 벗어나 숫자표의 숫자를 시공간 좌표로 보고, '진단 0 : 1'이란 마치 종이를 말아서 양 끝이 이어진 원통형으로 만들듯 시공간의 경계를 연결하고 반복시키는 진술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이상의 다른 작품인 '삼차각설계도 – 선에관한각서6'을 토대로 숫자표에 등장하는 수열 '1234567890'이 무한히 반복되는 수열의 순환마디이자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시공간 좌표를 암시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발상을 '주기경계조건 모티프'로 명명한 뒤 이를 토대로 '진단 0 : 1'의 숫자표를 이어 붙여보면 숫자표의 경계 부분에서 숫자 배열의 불연속성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시공간이 부적절한 주기성을 가지는 것으로, 이어붙인 숫자표의 상반부를 왼쪽과 아래쪽으로 한 칸씩 이동시켜 포개어 붙임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교수와 오상현 씨는 "이번 연구를 통해 '진단 0 : 1'에 대한 새롭고 혁신적인 해석을 제안했을 뿐만 아니라, 주기성 시공간을 문학의 소재이자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상의 문학적 독창성과 전위성에 대한 이해를 끌어올렸다"며 "이는 차원주의(Dimensionism) 등 당대 유럽의 예술운동 사조보다 혁신적인 문학적 시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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