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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초연결사회의 비애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19 18:28

수정 2023.01.19 18:28

[fn광장] 초연결사회의 비애
1986년 유학을 떠나던 해에 볼 수 있던 컴퓨터는 시청 부근 빌딩 위에 세워진 홍보용 매킨토시 컴퓨터 그림이었다. 몸소 체험한 지난 40여년 동안, 과학과 기술은 놀라운 진전을 이루었다. 세계적으로 컴퓨터가 1950년대 초반 처음 상용화된 이래로 지난해 말 우리나라 가구의 71.7%가 컴퓨터를 소유했다고 한다. 인터넷은 1950년대 컴퓨터 개발과 더불어 시작되어 우리나라의 2021년 인터넷 이용률은 97.6%로 세계 1위다. 스마트폰은 1993년 IBM에 의해 출시된 이래로 이제 우리 국민의 97%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촘촘히 거미줄처럼 연결된 초연결사회를 만들었다.


세계 최고의 연결사회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인터넷을 예로 들자면 각종 정보를 얻고 문화와 비즈니스, 교육,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연구조사에 나타난 것은 인터넷 이용의 주목적은 정보 수집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네트워크로 연결된 초연결사회에서 다양한 분야의 지속적인 성장과 가치창출, 국민 유익을 위해서는 과학과 기술 발전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예상되는 혜택이 주어지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

우리 사회에서 과학과 기술의 유익함을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을 살펴보고, 우리가 고전분투하여 이룩한 초연결사회가 국민 삶의 만족과 행복 증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가 궁극적 관심사가 돼야 한다.

초연결사회란 사회구성원 간에 그리고 일상에 관련되는 대상이나 공간을 연결해주는 다리가 전면적으로 개통된 사회라 할 수 있다. 도로는 외형적·물리적 조건이지 도로를 통하여 무엇이 이루어질지는 또 다른 차원의 이슈이다. 수단에 불과한 도로가 누군가에게는 거부가 되는 상업용으로, 누군가에게는 정치적 야망을 채워가는 방편으로, 일방적 편익이 되어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킨다면 초연결사회의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는 결과가 된다. 더구나 연결된 도로를 통하여 해외의 기업들이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간다면 이 또한 좌시할 문제는 아니다.

초연결사회의 '연결'은 '분리'되었기 때문에 연결을 시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주위 사람과 가족으로부터 여전히 분리된 이웃이 상상 외로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고독감이 뼈에 사무치며 죽어간 사람들과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어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로 인한 사망자는 3378명이다. 하루 9명 정도가 고독사했다. 자살자는 1만5352명이다. 일평균 4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이며, 특히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압도적 1위이다.

오늘도 42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9명 정도가 고독사한다.
초연결사회에 살고 있는 국민의 삶의 만족도는 OECD 국가 최하위권이며, 우리 국민의 행복도는 146개국 가운데 59위라고 한다.

우리의 초연결사회가 국민의 삶의 만족과 유익을 위하여 어떻게 선용돼야 할지 정부와 사회지도층은 선두에 서서 지금보다 백배는 고민하고 먼저 실천해주어야 한다.
초연결사회가 상호연결성을 통하여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어떤 변화를 공유하고 만들어내야 할지 국가적·사회적 담론이 절실하다.

배임호 백석대 초빙교수 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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