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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서울대의대 교수는 왜 바이오벤처를 매각했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22 06:00

수정 2023.01.22 06:00

전립선암 세계적 권위자 변석수 교수, '프로카젠' 창업 4년 만 매각
고비 넘겼지만 막대한 비용 임상시험에 결정..인바이츠 생태계 합류
의학자로서 제주 지놈프로젝트 매력적 판단..인바이츠바이오코아 대표 합류
두번째 상용화 바이오마커 개발..유전체 데이터로 超개인화 맞춤 건강 알고리듬
변석수 서울대의대 및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인바이츠바이오코아 각자대표
변석수 서울대의대 및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인바이츠바이오코아 각자대표

[파이낸셜뉴스] 변석수 서울대의대 및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사진)가 바이오벤처 '프로카젠'을 창업 4년 만에 매각해 그 배경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 변 교수는 전립선암의 세계적 권위자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고비는 있었지만 상용화에도 성공, 매출이 막 일어나고 있었던 때였다. 프로카젠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립선암 유전체 데이터와 분석 역량을 보유한 곳으로 평가된다.

"소비자 문턱 낮추기위해 보험급여 서비스화 필요성 절감"

변 교수는 2022년 1월부터 전립선암 발병 위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론칭했다. 전립선암은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 타고난 유전자가 중요해서다. 유전자를 통해 발병 고위험군을 알아내는 검사로 한국인 전립선암 2700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했다. 검사 결과의 발병 위험 정도에 따라 개인 맞춤 스크리닝과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개선법을 제시해준다.
서양인을 대상으로 개발된 해외 검사 대비 한국인 및 아시아인에서 정확도가 더 높은 검사라는 점이 입소문을 탔다.

하지만 개발비용 영향 등으로 10여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소비자 가격이 문제였다. 보험급여 서비스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를 위해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료기기로 등록해야 하는데 임상시험이 필요했다. 암 관련인 만큼 2~3년 기간은 물론 몇십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임상시험 비용도 필요한데 이제 막 매출을 내는 스타트업으로선 무리였다.

22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난 그는 "전립선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거의 100%에 가깝지만,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는 완치가 불가능하고 5년 생존율도 50% 미만으로 감소한다"며 "2028년 남성 암 발병률 2위, 유병률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암 진단의 정확성을 높여주는 검사를 대중화해 많은 생명을 살리고 싶다. 이것이 인바이츠바이오코아에 '프로카젠'을 매각한 이유"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그는 인바이츠바이오코아 대표로 합류 후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을 선정, 두번째 상용화 바이오마커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바이오마커에 다른 임상 데이터를 합쳐서 진단의 정확성 및 유용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다.

인바이츠 생태계(인바이츠바이오코아, 헬스커넥트, 인바이츠헬스케어, 인바이츠지노믹스, 프로카젠)가 추구하는 '제주 지놈프로젝트'도 '프로카젠' 매각 결정에 영향을 줬다. 제주 지놈프로젝트는 데이터 기반 개인맞춤형 정밀의료 체계 구현을 목표로 인바이츠생태계가 구성기업들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유전체를 비롯한 각종 건강정보를 수집, 분석 융합해 헬스케어 빅데이터를 구축한다. 이를 기반한 개인맞춤형 건강관리 및 정밀 의료체계를 구현하는 것이 골자다.

그는 "의학자로서 매력적인 프로젝트다. 제주에서 1만명, 3년 내 전국에서 총 5만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모아 초(超) 개인화된 맞춤 건강 알고리듬을 만들려고 한다"며 "사람마다 암이 잘 생기는 체질, 만성질환 가능성이 있는 것은 무엇인지 진단에 도움을 주고 맞춤 건강 프로그램 가이드까지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업자로서 부담감.."규모는 현실"

그는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전립선암 혈액 샘플을 꾸준히 모으면서 논문은 물론 특허까지 냈다.

창업보단 라이센스아웃(L/O)으로 기술 매각에 뜻이 있었다. 하지만 라이센스아웃 로열티로 제시받은 것은 1000만원에 불과했다. 연구 조교수와 함께 자본금 5000만원으로 2018년 10월에 창업한 것이 '프로카젠'의 시작이다.

액셀러레이터(AC) 액트너랩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고 상용화를 시도했지만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결국 상용화를 미루고 2019년부터 연구개발(R&D)에 주력했다. 당시 전립선암 혈액샘플 2500개를 모았는데 회사 내 자금이 소진됐다. 마이너스 자금을 쓰기도 했다.

그는 "창업을 하고나서 창업자로서 부담감이 있었다. 자금과 좋은 인력이 계속 들어와야 하는데 기업 규모가 작으면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2020년에 지인을 중심으로 개인투자, AC 자금 등 기업가치(EV) 50억원으로 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전립선암, 신장암 등에 대한 AI(인공지능) 알고리듬을 만드는 AI머신러닝 프로젝트도 수행하며 회사를 유지했다.

그는 "사업이 진행되면서 AI 의료 알고리듬이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수가 모델이 안됐다. 결국 회사 규모를 축소키도 했다"고 털어놨다.

2021년 4월 팁스프로그램 선정 후 분당서울대병원 내 창업보육센터를 벗어나 6월 독립된 공간으로 이전했다.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 유전자분석기관이 되기 위해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주관한 규제자유특구 챌린지대회에서 우수상 수상은 장비를 새로 갖추며 상용화를 위한 발판이 됐다. 2021년 11월 EV 99억원으로 평가받으면서 추가 투자를 받았다.

이후 인바이츠바이오코아는 프로카젠 지분 85%를 약 127억원에 양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프로카젠의 EV는 당시 약 153억원으로 평가됐다.

변 교수는 서울대 의대, 서울대학교병원 비뇨기과 전임의를 거쳐 2003년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를 역임했다. 2014년부터는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과장, 서울대 의대 교수를 맡아왔다. 2017년 대한비뇨기종양학회 임상분야 학술상,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인바이츠생태계 중 인바이츠지노믹스는 고유석씨가 공동대표다.
고 대표는 마크로젠에서 1세대 유전체 분석 전문가로 활동하다가 클리노믹스로 전직해 다중오믹스 연구 부문장, 개인유전체 사업본부장 및 NGS 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유전체 데이터 분석 전문가로 평가된다.
제주 지놈프로젝트 전반을 현장에서 총괄 지휘하고 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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