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1) 최일 기자 = 설 연휴 몰아닥친 매서운 한파가 귀성객의 옷깃을 여미게 했다면, 해가 바뀌면서 더욱 혹독해진 경제 한파는 올 한 해 살림살이에 대한 근심과 걱정으로 서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후 처음 맞는 2023년 설에는 코로나 시대 명절 세태를 보여주는 현수막 ‘불효자는 옵니다’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고, 모처럼 가족·친지간 화기애애하고 오붓한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엄혹한 세태 속에 마냥 밝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윤석열 정부 및 민선 8기 지자체 출범 2년차이자 차기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인 만큼 여야 정치인들이 내건 현수막이 거리마다 가득했고, 민심의 향배가 어디로 흐를지에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불안한 정국과 침체된 경제 상황을 반영하듯 대전시민들의 목소리는 ‘경제 위기 극복’과 ‘민생 안정’이 시급함을 체감케 했다.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50대 기업인 이모씨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속에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한 경제난이 불어닥치고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면서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겹다.
40대 주부 강모씨는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봤다”며 “남편이 직장에서 받는 월급과 내가 알바를 해서 버는 수입은 지난해나 올해나 그대로인데, 물가는 계속 오르고 아이들이 커 가면서 돈 쓸 곳은 점점 많아지니 참으로 난감하다”고 말했다.
내년 4월 10일 치러질 제22대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여야는 설 밥상머리 민심 잡기 경쟁을 벌이며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경제를 살피겠다.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고 통합과 화합의 대한민국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어려운 경제로 팍팍한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달리겠다. 위기의 시대에 국민의 곁을 지키며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라는 다짐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서로를 ‘민생 안정의 걸림돌’로 규정, “유권자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기싸움을 벌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장악한 국민의힘은 ‘정권교체 완성’을 외치며 여소야대 정국을 반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내세우며 원내 제1당의 지위를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한 3·8 전당대회를 ‘친윤’, ‘반윤’ 간 계파 다툼의 장으로 만들고 있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가중되면서 ‘친이’, ‘반이’ 간의 내홍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며 거대 양당 모두 국민들의 정치 혐오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자초하고 있다.
교사 출신인 60대 김모씨는 “미래를 이끌 젊은이들에게 점점 희망이 사라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암담하다. 그런데도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정치권은 당리당략과 권력 다툼, 편 가르기에 여념이 없다”고 개탄했다.
지역 정치인인 50대 조모씨는 “명절 인사를 드리기 위해 찾은 시장에서 ‘경기가 살아나길 기대했는데 작년보다 더 어렵다’는 상인들의 하소연을 많이 들었다. ‘정치가 제 역할을 다해 달라’, ‘정쟁과 다툼이 아닌 민생을 보듬는 정치를 해달라’는 유권자들도 많으셨다”고 바닥 민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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