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싸늘한 설민심] "與도 野도 싫다"..정치혐오증에 날선 민심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25 05:00

수정 2023.01.25 05:00

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설 민심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설 민심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24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설 민심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24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설 민심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설 밥상머리 민심은 여당과 야당, 그 어느쪽 편도 들지 않았다. 정치권은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난방비 폭탄의 책임마저 서로에게 전가하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이어갔지만 설 민심은 한파보다 더 매서웠다.
여야는 모두 경제와 민생이 최우선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지만 민심은 집권여당은 "대통령 하수인","존재감 없는 정당" 야당은 "당 대표 리스크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당"이라고 냉랭하게 쏘아붙였다. 특히 여당은 어려운 경제를 살리는 해법을 모색하기 보다는 차기 지도부를 뽑는 3·8 전당대회에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출마를 놓고 대통령실과 여당이 불출마를 압박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여론이 싸늘하게 식은 것으로 분석된다. 야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두 번째 검찰 소환을 앞두고 "죄가 있으면 죄값을 치러야 한다"는 의견과 "야당 대표 범죄자 프레임 씌우기"라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존재감 없는 정당" 與에 쏟아진 쓴소리

이날 본지가 전국 민심을 직접 들어본 결과 민심은 여당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집권여당의 책임감을 뒤로 한 채 이달 내내 차기 당권을 놓고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을 이어간 데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제대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 없다는 것이다. 서울에 사는 회사원 B씨(60대·여성)는 "나경원 사태로 봤을 때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때문에 문제가 많아 보인다"면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진행하는 바람에 잡음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오산에 사는 교사 신모씨(59세·여성)는 "여당은 정말 존재감이 없다"면서 "무정부 상태 아닌가"라고 반문했고, 서울에 사는 회사원 A씨(40대·여성)는 "(누가 당 대표가 되도) 그 나물의 그 밥"이라고 냉소적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 20대 남성들도 여당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20대 대학생 C씨(부산·남성)는 "당 내부자에 치중된 정치라던지 구시대적인 인맥정치보다는 보수정당인 만큼 보수 성향 가진 국민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여당에 100만 책임당원을 주장하는 보수당인 만큼 더 폭넓게 국민을 껴안아야 하는데 이번 전당대회를 보면 이류, 삼류 정치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20대 대학생 C씨(서울·남성)도 "대통령을 등에 업고 계파가 분열되며 다시 예전 자유한국당 모습이 보여 관심을 끊었다"면서 "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대통령 입김이 작용해서 공정한지, 민심을 외면하고 윤심이 반영된 당 대표가 이끄는 선거로 보수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잘못있을 것" VS "야당 탄압"

야당인 민주당에도 민심이 쓴소리를 쏟아내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민주당이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떠안으면서 당이 무기력해진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야당 대표에게 씌운 정치적인 프레임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광주에 사는 선생님 김모씨(45세·남성)는 "처음에는 야당에 대한 탄압이라고 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쌍방울 김성태 회장 등에 대한 의혹이 붉어지면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혐의가 많으니 그 중 하나는 잘못이 있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는 6~80% 정도 지지했다면 이제 광주 5개구 중 3개 구는 이재명 대표한테 마음이 돌아섰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라남도 출신의 회사원 최모씨(53세·여성)는 "검찰 수사가 과한 측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이재명에 대한 의혹이 그만큼 많은 건 잘못한 게 하나는 있다는 뜻 같다"면서 "이재명을 지키려다가 당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광주에 사는 회사원 양성창씨(32세·남성)는 "야당 탄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검찰 조사도 정부에서 개입하지 않았나 싶고 대장동 의혹도 나중에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한 사람을 대상으로 몰아붙이는 느낌이 없지 않나 싶다"고 맞섰다. 충남 서산에 사는 교사 황모씨(54세·여성)도 "이 대표를 별로 안 좋아하고 의혹이 그토록 많은 것을 보면 잘못이 없지는 않을 거라고 짐작한다"면서도 "지금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윤석열 정권의 민주당 파괴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야, 책임 전가하며 아전인수 '여전'

여야는 '민심의 뜻'을 빌려 서로에 대한 파상 공세를 펼쳤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설 밥상 최대 화제는 '난방비 폭탄' 등이었다"며 "특히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 든 국민은 물가 폭탄에 경악하고 걱정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그는 "윤 정부 들어 4번의 요금 인상이 있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추가로 올린다고 한다"며 대책 없이 오르는 물가도 문제지만 정부가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데 분통을 터트리는 국민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또 윤 대통령이 나라 운영은 엉망으로 하면서 야당과 나경원 전 의원 등을 '때려잡기'만 하는 데 "못됐다"고 지적하는 국민 목소리도 컸다고 강조했다.

이에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맞불'을 놓았다.
성 의장은 난방비 문제와 관련해 "국민이 어려움을 겪게 해 송구스럽다"면서도 이는 전 세계가 겪는 현상이고, 따라서 민주당이 이를 '정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성 의장은 "에너지 정책에서 '탈원전'을 한다면서 많은 부담을 후임 정부에 떠넘긴 것은 민주당 정부"라고도 주장했다.
여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이렇게 많은 범죄 혐의가 있는 공인을 본 적 없다'며 민주당이 '야당 파괴 등 프레임을 잡아 이 대표 범죄 혐의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대표적인 설 민심이었다고도 부연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김해솔 정경수 서지윤 최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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