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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철도안전 위해 유지보수의 짐 내려놓을 때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24 18:37

수정 2023.01.24 18:37

[특별기고] 철도안전 위해 유지보수의 짐 내려놓을 때
대전역에 내리면 뒤로 쌍둥이 빌딩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철도를 대표하는 양대 기관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국가철도공단(철도공단)의 본사 건물이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께서는 여전히 철도청이라고 부르시지만, 엄연히 분리된 기관이다.

정부는 철도청의 만성적 적자 및 비효율성을 타개하기 위해 2004년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을 제정해 개혁을 단행했다. 철산법 제정으로 철도청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신설된 코레일과 철도공단의 양대 기관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철도 구조개혁의 결과로 코레일은 철도 운영, 관제 및 시설 유지보수를 맡고, 철도공단은 철도건설 및 시설관리를 맡고 있다.
철산법의 입법 취지대로라면 유지보수는 철도의 시설관리자인 철도공단에서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입법과정에서 코레일에서 유지보수를 위탁받아 시행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철도운영자가 시설 유지보수를 동시에 시행하게 된 점이다. 이에 몇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우선, 안전 확보가 어렵다. 코레일은 일부 노선에 수익성 확보를 위해 한계를 초과해 열차를 투입하고 있다. 그 결과 유지보수 시간이 줄어들어 작업에 차질이 발생한다. 유지보수 소홀로 인해 발생한 대표적인 사고가 영국의 하트필드(Hatfield) 열차사고다. 이 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70여명이 다쳤다. 민간 시설관리자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유지보수를 등한시해 구조물 피로도가 높아졌고 결국에는 이런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둘째, 유지보수의 생력화(산업화로 노동력을 줄이는 일)가 곤란하다. 유지보수의 소요시간 단축, 품질 및 작업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장비의 선진화 및 현대화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적자기업인 코레일의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끝으로, 코레일은 유지보수를 시행함에 따라 재무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 유지보수 관련 경영 활동,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본사직원 등에 대한 인건비와 경비는 코레일이 자체 부담하고 있다. 더구나 코레일은 재무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에는 '재무위험 공공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렇듯 계속해서 코레일의 부담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는 '철도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해 유지보수 업무를 중심으로 안전체계를 전면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국회에서는 코레일만 유지보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8조의 단서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를 통해 하루빨리 철도안전이 한층 더 강화될 뿐만 아니라 코레일이 유지보수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만성적인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창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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