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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기소하는 데만 8개월... 경총 "실효성 없이 혼란만 가중" [중대재해법 시행 1년]

"신속한 법률개정 추진 필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효과는 미미하고 법 집행의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이 경영계에서 제기됐다.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선 신속한 법률개정 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검찰이 경영책임자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237일(약 8개월)로 집계됐다. 특히 강도 높은 수사를 했음에도 그동안 법 위반 입건은 82건, 기소는 11건에 불과했다. 법률의 불명확성 등으로 인해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수사가 장기화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숨지거나 다칠 경우 사고를 막기 위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장기화 요인으로 △경영책임자 특정 어려움 △법 위반 입증 어려움 △방대한 수사범위 및 사건 누적 △검찰 수사지휘 증가 △노동청 및 경찰의 수사 경쟁 등을 꼽았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경영책임자의 기업 규모는 대부분 중소업체였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검찰이 기소한 11건 중 1건(중견기업)을 제외한 10건은 모두 중소기업 및 중소 건설현장이다. 대기업은 단 1건도 없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이 인적·재정적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우려했는데, 실제로도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처벌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경총은 검찰 내부 및 법무부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위헌 논란이 일고 있고, 향후 법원 판단도 예측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법 시행에 따른 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기소 사례를 보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사고의 인과관계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검찰이 기소한 사건들의 범죄사실 요지를 보면 법 위반(범죄성립) 혐의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위법조항만 나열하고 있어 범죄성립 여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현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법률 개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이 됐지만 산업현장의 사망재해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형벌만능주의 입법의 폐단이다.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고 법 적용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중대재해처벌법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며 "특히 처벌만 강조하는 법률체계로는 산재예방이라는 근본적 목적 달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산업현장의 안전역량을 지속적으로 육성·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지원법 제정을 정부가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