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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발레와 문화의 힘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25 18:02

수정 2023.01.26 17:19

[fn광장] 발레와 문화의 힘
문화란 각 나라의 고유한 전통이자 필요 불가결한 존재이며 한 나라의 국민들을 단합시키는 원동력이다. 문화는 어떤 문화도 우위를 다툴 수 없으며, 고유한 특성이 있다. 우리의 다양한 문화는 소프트파워 외교로서 인터넷 정보화 시대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공공외교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고, 한국인 특유의 재능으로 문화적 발전을 이루어냈다.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에 들어섰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중문화뿐 아니라 음악, 무용, 미술 같은 순수예술 분야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우리의 문화 정체성을 찾고 발전시킨 노력은 한류로 나타났고, K팝은 전 세계인이 즐기는 음악 장르가 되었으며 아카데미·칸 영화제 같은 세계적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주목을 받고 K드라마의 인기도 엄청나다.
또한 각종 세계 스포츠대회 입상은 물론 공연예술계에서도 엄청나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990년대부터 순수 발레예술에 몸담고 있는 나에게 현 상황은 실로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1998년 현 한예종 무용원 교수 김용걸씨와 파리국제콩쿠르에 참가했을 때 우리는 현지인들로부터 한국에서도 발레를 하느냐는 말을 들었고, 그들은 한국 무용수가 400년 역사의 전통 깊은 서구의 춤을 춘다는 것을 무척 신기해했다. 기대가 없었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던 걸까. 우리는 한국인 최초 세계대회 1등이라는 성과를 냈고, 그것은 당시 국내에서 큰 이슈가 되었다. 이후 네덜란드 발레단 입단과 많은 해외 초청공연이 있을 때마다 한국인 최초로서 갔지만 항상 한국에도 발레가 있느냐는 말을 들어야 했다.

2012년 국립발레단 재직 당시 수석무용수 발레리노 이동훈과 함께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정기공연 '스파르타쿠스'의 객원주역으로 초청을 받았을 때 그동안 명함도 내밀지 못했던 50년 역사의 한국 발레가 240년 역사를 가진 러시아 발레단에 당당히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과 한국 발레를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유럽에서는 발레가 대중문화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고, 발레에 대한 대중의 높은 사랑과 정부의 아낌 없는 지원으로 높은 수준의 발레문화를 영위하고 있다. 한국 발레도 선진적 발레교육 도입으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세계대회에서 상을 타는 것은 흔한 일이 되어버렸고, 해외 발레단에서 한국인 수석무용수의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22년 여름엔 해외 발레스타들의 공연이 있었고 그 중심에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김기민과 프랑스 파리 오페라발레단의 박세은이 있었다. 러시아와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 발레단의 별이 되어 한국에서 동료 무용수들과 공연을 펼친 것이다.


현재 한국 무용수들의 실력은 괄목한 성장을 하여 세계 정상급이라 해도 무방하다. 국립발레단 창단 역사로 볼 때 60년이 되어가는 한국 발레가 400년 넘은 서구의 발레 역사를 넘보고 있는 것이다.
빠른 시대적 변화 속에서 훌륭한 무용수를 길러낼 수 있는 선진적 시스템, 활발한 국내외 활동을 위한 정부·지자체·기업 등의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대중의 관심과 효과적 마케팅이 뒷받침되어준다면 세계적 발레단과의 공연을 넘어서 외국 무용수들이 우리나라 발레단과 함께 공연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것을 볼 수 있기를 꿈꿔본다.

김지영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
box5097@fnnews.com 김충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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