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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사망자 늘어난 중대재해법 1년, 예방 위주 바꿔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25일 서울 강남구 대한건설협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25일 서울 강남구 대한건설협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업장 관리 부실과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를 막자는 목적으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로 시행 1년을 맞는다. 법 시행 효과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혼란만 커졌다는 게 산업현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상시 근로자가 50인 이상인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게 이 법의 골자다. 최고경영자(CEO)를 압박해 사고를 줄여보자는 뜻이었다. 검찰이 지금까지 이 법 위반 혐의로 11건을 기소했는데 대부분이 CEO였다고 한다.

하지만 1년 동안 발생한 재해를 들여다보면 애초에 원했던 효과는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장의 지난해 재해사망자는 256명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8명이 늘었다. 반면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망자는 388명으로 전년 대비 47명 줄었다. 이쯤 되면 있으나 마나 한 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 법은 '안전보건관리 책임자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 '합리적 인원으로 전담조직을 구성할 것' 등의 애매모호한 규정으로 시행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명확성 원칙 등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있다. '입건 1호'인 삼표산업 수사는 7개월 넘게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중견기업들은 법 규정을 따르자면 서류 작성, 조직 설치, 교육 등을 위한 인력과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호소한다.

그렇다면 이 법을 전반적으로 보완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정부도 문제점을 알고는 있다. '처벌과 규제' 중심에서 '자율예방과 엄중처벌'로 전환하겠다면서 최근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보완책에서도 처벌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 처벌이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는 하겠지만 능사는 아니다. 처벌을 하더라도 예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사후보고보다는 예방과 사전관리가 더 중요하다. 단지 경영자를 벌 주려는 게 목적인 법이라면 존치할 이유가 없다. "사업주와 가해자 처벌규정이 오히려 산업재해 발생의 원인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어느 기업가의 말을 귀담아듣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