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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얼었다… 계량기 동파·한랭질환 피해 속출

현장 노동자들 추위 고통 호소
구룡마을 화재 뒤 한파 '이중고'
얼어붙은 한강.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에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25일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일대에 얼음이 얼어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얼어붙은 한강.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에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25일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일대에 얼음이 얼어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올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추위가 불어닥친 이날 시민들의 피해 사례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빙판길 교통사고와 함께 야외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추위에 한랭 질환마저 나오고 있다. 구룡마을 주민들의 경우 최근 화재에 이어 한파까지 악재가 겹쳤다.

이날 서울 최저기온은 오전 2시께 기록된 영하 17.3도다. 기상청에 따르면 1904년부터 지금까지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7도 이하로 내려간 적은 24∼25일 포함해 173일에 불과하다. 대부분 1980년 이전이고 2000년대 들어서는 총 9일로 열흘이 안 된다. 이날 서울 체감온도는 바람까지 거세 오전 6시께 영하 24.7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역대급 추위에 가장 고통받는 이들은 밖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었다.

서울 영등포 인근에서 발렛 파킹 업무를 하는 김모씨(26)는 "회사에서 핫팩과 외투 등을 줬는데도 추위가 가시질 않는다"며 "사람들이 몰리는 점심시간에만 밖에서 대기하고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근무하고 있는 고모씨(33) 또한 "업무 특성상 손님을 모시고 나갈 일이 종종 있는데 이조차 고통스럽다"며 "오전에 택시가 잡히지 않아 결국 회사에 지각했다"고 전했다.

전국 각지에서는 한파 관련 사고도 이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전 11시 기준 계량기 동파 건수는 140건이다. 지난 23일 중대본은 한파 경보 1단계(최고 4단계)를 내렸다. 서울이 98건으로 가장 많고 경기는 21건이다. 수도관 동파는 충남 3건, 서울 1건 등 4건이 발생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충북 진천군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80대 노인이 사망했다. 또 경기 수원시 장안구 광교산 등산로에서는 80대 치매 노인도 동상을 입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노인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양쪽 손가락에 동상을 심하게 입어 결국 수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0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구룡마을은 이번 한파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직접 화재 피해를 본 이재민들의 경우 당시 너무 급해 간단한 짐만 싸 들고나온 상황이라 제대로 된 한파 대비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일부 이재민들은 설 연휴 내내 추운 날씨에도 "뭐라도 건질 것이 없을까"하고 잔해를 뒤졌다고 한다.

최초 신고자인 70대 신모씨는 "불에 놀라고 멍한 마음에 잠이 안 올 정도"라며 "내 집을 잃고 그곳에 있으려니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다"고 언급했다.

다행히 화재를 피한 주민들도 이번 한파를 넘기기 위해 지붕과 문틈에 방한용 천막이나 매트를 올려놓은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그러면서도 다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컸다.

구룡마을에서 25년간 거주한 7구역 주민 60대 김모씨도 한파에 잠 못 이루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김씨는 "수도가 얼까 밤에 물을 틀었다 잠갔다 하느라 도통 잠을 자지 못한다"며 "한파를 나는 노하우가 생겼지만 겨울은 항상 이곳 주민들에게 힘든 계절"이라고 말했다.

화재가 난 4구역 옆 3구역에 거주하는 70대 강모씨는 설 연휴 마지막 날부터 집에서도 옷을 4겹을 껴입은 채 연탄난로와 전기장판에 의지하고 있다. 강씨는 "전기가 화재 원인이라길래 전기장판을 이렇게 계속 틀고 있어도 되나 걱정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정부는 한파 대비를 위해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종합지원상황실을 꾸려 24시간 대응체계에 돌입했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한파쉼터를 긴급 점검하고 재정비한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