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中 부자들, 국경 열리자 돈 싸들고 해외 탈출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26 15:29

수정 2023.01.26 15:29

국경 개방 이후 해외 이민 관련 업계에 중국인 문의 쏟아져
시진핑 정부의 부유층 압박에 돈 싸들고 해외 이민
24일 필리핀 마닐라의 니노이 아퀴노 국제공항에서 중국인들이 입국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로이터뉴스1
24일 필리핀 마닐라의 니노이 아퀴노 국제공항에서 중국인들이 입국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중국 정부가 이달부터 출입국 제한을 대폭 완화한 가운데 재산을 챙겨 해외로 빠져나가려는 중국 부유층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영자지 재팬타임스는 26일 보도에서 해외 이민 관련 업체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캐나다 이민 전문 법률회사인 소비로프스는 이민 관련 상담 예약이 폭증했다면서 가급적 빨리 이민가려는 중국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아시아 부동산 중개 업체인 주와이IQI는 중국인의 해외 부동산 매수 문의가 2021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26%와 11% 줄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55% 폭증했다고 전했다.


재팬타임스는 해외로 나가려는 중국인들이 대부분 부유층이라고 설명했다.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은행의 지난해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재산이 5000만달러(약 616억원) 이상 최상위 부유층은 3만2000명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다.

업계에서는 중국 부유층들이 코로나19 방역 완화 이전부터 해외 이민을 준비했다고 본다. 지난해 3연임에 성공한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은 자신의 장기집권을 정당화 하기 위해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사회적 불평등 해결과 분배를 강조하는 ‘공동 부유’ 정책을 내세웠다. 시진핑은 동시에 민간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으며 사교육과 대형 IT 기업, 부동산 기업 등을 압박했다. 시진핑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정책으로 경기 침체가 뚜렷해지자 지난해 말부터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출입국 제한을 풀었지만 이미 불안에 떨고 있던 부유층들은 그 전부터 중국을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시장조사업체인 뉴월드웰스는 지난해 해외로 이주한 중국 부유층이 1만800명으로 2019년 이후 가장 많았다면서 중국 부유층의 해외 이주가 이미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부자들은 이민과 동시에 재산도 옮기고 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는 코로나19 대유행 전에도 해외로 나간 중국인들로 인한 자금 유출이 연간 1500억달러(약 185조원)에 달했으며 올해는 그 규모가 더 커진다고 전망했다.
가르시아 에레로는 당국의 규제로 자금 유출 규모가 예년보다 커지지 않는다고 해도 노동력과 생산성, 성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국적 은행들은 중국 부유층을 잡기 위해 손을 걷어붙였다.
미국의 JP모간체이스은행과 스위스 줄리어스베어은행은 각각 미 샌프란시스코와 스위스 취리히에 중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전담 직원들을 배치해 이주를 원하는 중국 고객 확보에 나섰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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