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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형사처벌 수준 높여 산재예방?…현실성 떨어져"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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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고용노동부는 26일 로얄호텔서울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해 1월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의 시행 1년을 맞아 그간의 경과를 돌아보고,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 강화 및 기업의 안전 투자 촉진을 위한 개선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다.

토론회는 정재희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대표를 좌장으로, 강검윤 고용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장과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 강검윤 과장은 2022년 중대재해 발생 현황과 특징,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진행 경과를 소개했다.

강 과장은 "2022년 산업현장에서 전체 644명의 사고사망자가 발생했고, 전체 39명의 사망자 수가 감소한 가운데 오히려 법 적용대상인 50인 이상 기업에서는 8명의 사망자가 증가했다"며 "무너짐, 화재·폭발 등 다수 인명사고가 유발될 수 있는 대형사고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기인물별로는 단구 및 개구부, 크레인, 지게차로 인한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중대재해의 현황과 특징을 설명했다.

이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수사에 착수한 229건의 사건 중 52건(22.7%)의 사건을 처리했지만, 수사가 장가화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애로를 털어놨다.

'중대재해처벌법 수사의 특징'에 대해 발제한 김성룡 교수는 "송치까지 평균 약 9개월을 넘기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근로감독관의 업무 부담이 매우 커지고 있다"면서 "현장에서는 높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로펌이나 고문변호사의 고용 등을 통해 수사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거나, 무조건 혐의를 부인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수사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대재해법 수사의 형사법적 특징에 대해 "산업재해치사죄는 부작위범(不作爲犯), 중한 결과 발생을 요구하는 결과범"이라며 "광범위한 정황증거·간접증거의 수집, 사업장 고유의 위험요인 및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필요한 구체적 의무 내용의 확인, 동종·유사 사업장의 평균적 인식과 비교한 이행 노력을 판단해야 하는 등 어렵고 복잡한 범죄 수사영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률의 선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목적 달성을 위해 개선돼야 할 문제는 없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법 개선 필요성을 주문했다.

'중대재해법의 시행현황 및 과제'에 대해 발제한 전형배 교수도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고 재판 결과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됨을 고려할 때 형사 처벌 수준을 높여 산재를 예방하려는 철학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중대재해처벌법령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경영계는 운용 가능한 자율안전관리체계의 모델을 만들어 적극적인 실행 태도를 보여야 하며, 노동계는 기대한 수준의 엄벌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행정의 측면에서는 사후적 수사보다는 감독관이 현장에 나가 위험·유해 작업을 사전에 중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노사정 모두의 노력을 주문했다.


법 개선 측면과 관련해서는 "산안법을 통해 일반 중대재해를 처벌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은 그중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를 가중처벌하는 등 산업안전법령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고용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에 전달, 관련 논의를 더 확장시켜 갈 예정이다. TF는 올해 상반기 중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