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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월세 20% 오른 쪽방촌 "보일러는 장식품…가스·전기료 인상 겁난다"

올 겨울 가장 강력한 추위가 찾아온 25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한 노인이 온열기기 하나에 의지해 추위를 견디고 있다. 이 노인은 "보일러가 고장났는데 고치질 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전기세가 방값에 포함돼 온열기기 하나로 추위를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2023.1.2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올 겨울 가장 강력한 추위가 찾아온 25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한 노인이 온열기기 하나에 의지해 추위를 견디고 있다. 이 노인은 "보일러가 고장났는데 고치질 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전기세가 방값에 포함돼 온열기기 하나로 추위를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2023.1.2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25일 오후 서울역 광장 한 켠에 텐트가 쳐져있는 모습. 2023.1.25/뉴스1 ⓒ News1 유민주 기자
25일 오후 서울역 광장 한 켠에 텐트가 쳐져있는 모습. 2023.1.25/뉴스1 ⓒ News1 유민주 기자


25일 오후 서울역 지하통로에 한 노숙인이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 2023.1.25/뉴스1 ⓒ News1 유민주 기자
25일 오후 서울역 지하통로에 한 노숙인이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 2023.1.25/뉴스1 ⓒ News1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유민주 기자 = "대부분 5만원 올랐어요"

겨울은 어려운 이들에겐 항상 시련의 계절이지만 올해는 더 유난하다. 오르지 않은 먹거리가 없고 난방비까지 급등하면서 추위를 이겨내기도 쉽지 않다. '행복'은 고사하고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린 이웃들이 부지기수다.

지난 25일 찾은 서울 '동자동 쪽방촌'이 그랬다. 이곳의 월세 시세는 20만~25만원 선이었다. 하지만 액화천연가스(LNG)와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최근에 평균 5만원 정도가 올랐다.

쪽방촌에 거주하는 900여명 가운데 상당수는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정부·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월 5만원은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이다.

윤용주 동자동 사랑방 대표는 "여기는 다른 곳과 달리 연탄을 사용하진 않고 도시가스 혹은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나고 있다"며 "그동안 (정부에서) 공과금을 올리면 평균 2만원 정도 월세가 인상됐는데, 올해는 대부분 5만원씩 인상해 거주민들의 부담이 상당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은 서울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내려가며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쪽방촌에 거주하는 한 노인이 온열기기 하나에 의지해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이 노인은 "보일러가 고장났는데 고치질 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전기세가 방값에 포함돼 온열기기 하나로 추위를 버티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방수가 잘 되지 않는 탓에 쪽방촌 곳곳에선 고드름이 줄지어 있었다. 건물 복도 바닥은 축축했고 건물 복도에도 결빙을 방지하기 위해 염화칼슘을 뿌려놓았다.

적막감이 감도는 건물 안에는 물이 '똑', '똑' 떨어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방에서 복도로 나온 한 주민은 "혹시 동파될까봐 겨울 내내 조금씩 수도꼭지를 열어놓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도 문제였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공공요금이 인상되면 동자동 쪽방촌 월세는 지금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분기에 도시가스 요금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요금은 방값에 포함돼 있지만 전기요금이 계속 인상된다면 앞으로 방값 자체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4·7·10월 3차례 걸쳐 킬로와트시(㎾h)당 총 19.3원 올랐다. 이달엔 지난해 인상폭에 버금가는 수준인 ㎾h당 13.1원이 한꺼번에 인상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쪽방촌에서 다시 길거리로 나서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현재 임시 주거비를 지원하는 사업은 결국 쪽방촌·고시원으로 가게 하는 사업"이라며 "이곳은 우리가 알다시피 굉장히 시설이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쪽방·고시원에 있다가 다시 거리로 나온 분들도 상당히 많다"며 "임시 주거비 지원이 아니라, 임시 주거지(생활 공간)를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매년 추위가 닥칠 때마다 반복되는 노숙인·쪽방촌 거주민들의 생존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홈리스행동은 '주거비' 지원 아닌 '주거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초기 비용이 들더라도 노숙인·쪽방촌 주민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주거지가 마련돼야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