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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500만원 더 써야"…신세계, 톱4 점포 라운지 이용 기준 바꾼다

뉴스1

입력 2023.01.27 06:05

수정 2023.01.27 09:17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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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배지윤 김진희 기자 = 백화점 고객 VIP 선정과 시설 이용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백화점 고객의 1인당 소비금액이 늘면서 관련 기준도 덩달아 상향되고 있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매출 상위 4개 점포(본점·강남·센텀·대구)를 중심으로 일부 시설 이용 실적 기준을 변경했다. 인파가 많이 몰려 혼잡한 상위 4개 점포의 라운지·발레파킹 혜택 등 일부 기준을 상향했다.

해당 지점들은 멤버스라운지 이용 기준을 연간 사용 금액 20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퍼스트라운지 이용 기준을 4000만원에서 4500만원으로 올렸다.

또 본점(2000만원)과 강남점(2500만원) 발레파킹의 경우 3000만원으로, 센텀점과 대구점은 20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기준 실적을 일괄 조정했다.

신세계 강남은 지난해 2조8000억원의 매출로 전국 백화점 가운데 매출 1위를 달성한 점포다. 나머지 점포 3곳 역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긴 핵심 점포들인 만큼 주요 시설 이용에 한번에 많은 고객들이 몰릴 것을 예상해 내린 조치다.

다만 기존 VIP 선정 기준은 유지한다. 현재 신세계는 최상위 고객 999명부터 연 400만원 이상 구매 고객까지 6가지 등급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VIP 선정 기준은 변경 없이 기존과 동일하게 적용중이며 고객 편의증대를 위해 강남·대구 등 점포별 라운지를 추가로 개설하고 계속해서 신설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최근 우수고객을 엠브이지(MVG)에서 에비뉴엘(AVENUEL)로 변경하고 선정 기준을 높였다. 최상위 등급인 에비뉴엘 블랙은 자체 기준에 따라 선정되며 에메랄드는 1억원 이상, 퍼플은 5000만원 이상(7000만원 이상 상이), 오렌지는 점포에 따라 2500만~2000만원을 사용한 고객들이 대상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일찌감치 VIP 선정 기준을 바꿨다. 최상위 고객인 쟈스민 블랙은 1억2000만원 이상, 쟈스민 블루와 쟈스민은 8000만원, 5000만원 이상 사용 고객이다.

백화점 업계가 VIP 고객 선정 기준을 높이는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VIP 고객 수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통 1년간 백화점 소비 금액을 기준으로 VIP를 선정하는데, 고가품 판매 급증으로 VIP 선정 대상 고객들이 늘고 있어서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백화점 입점 브랜드인 에르메르·샤넬·롤렉스 등 인기 명품 브랜드 오픈런(백화점 개점 전 대기하는 것) 현상이 심화될 정도로 고가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통계로도 입증됐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명품 소비액은 168억달러(약 20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중국을 제치고 1인당 명품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인 셈이다.

백화점 매출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매출 상위 10대 백화점 점포의 매출 성장률은 두 자릿수에 달한다. 신세계강남(2조8000억원) 롯데잠실(2조6000억원), 롯데본점(1조9000억원), 신세계센텀시티(1조8000억원), 현대판교(1조5000억원) 순으로 매출이 많았다. 매출 1조가 넘는 점포 수도 11개에 달한다.


일각에선 연간 수천만원을 쓰는 금액 대비 혜택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는 "2년 연속 비슷한 금액을 썼는데 발레파킹 위치가 바뀌다니 당황스럽다"며 "혜택도 줄었는데 원하는 등급을 얻으려면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하니 부담스러운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초고가 소비가 늘면서 기존 백화점 VIP 선정 고객 역시 늘었을 것"이라며 "특정 고객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VIP 의미가 퇴색하는 만큼 관련 기준 변경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