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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값에 안팔아" 혼돈의 오피스시장 줄줄이 '노딜'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31 05:00

수정 2023.01.31 15:48

'타워8' 매각 우선협상자였던 이지스 포기 매도-매수자 '밸류에이션 갭' 갈수록 커져
서울 시내 오피스텔 밀집지역의 모습. /뉴스1
서울 시내 오피스텔 밀집지역의 모습. /뉴스1

[파이낸셜뉴스]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혼돈에 빠지고 있다. 금리상승에 따른 급격한 자산 가치 하락으로 매도자들이 싼 값에 못팔겠다며 딜(거래)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매도자-매수자간 밸류에이션(가치) 갭(차이)이 역대 최고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커지는 매도자-매수자 시각 괴리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미래에셋맵스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63호'와 판교 알파돔타워 매각주관사 존스랑라살(JLL)코리아가 최근 진행한 매각 입찰에는 삼성SRA자산운용을 포함해 캐피탈랜드, 코람코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IKR(이지스투자파트너스-KKR 합작법인), ANW 등 6곳이 참여했다.

하지만 알파돔타워 매각 측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족할 만한 가격으로 입찰이 들어오지 않아서다.
이에 일단 적격예비후보를 선정, 2차 입찰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2차 입찰을 진행해도 만족할 만한 가격으로 입찰이 들어올지는 미지수다. 현재 캡레이트(자본환원율) 4%대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갭'에서 매도자와 매수자의 온도 차이가 극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카드도 눈독을 들였던 타워8은 우선협상을 진행하던 이지스자산운용의 포기로 딜(거래) 프로세스가 난감해진 상황이다. 당초 이지스자산운용은 3.3㎡당 3800만원을 제시하며 경쟁자들을 크게 따돌렸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추가 협의를 통해 매각측인 DWS자산운용에서 3.3㎡당 3500만원이라는 가격 재조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지스자산운용은 재차 내부 투자심사위원회에서 투자 안건을 부결시켰다. 이 와중에 블랙스톤은 타워8 거래 가격으로 3.3㎡당 3350만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DWS자산운용은 타워8 관련 대출 만기가 내년이고, 에쿼티(지분)는 폐쇄형인 것으로 안다"며 "자산이 우량한 만큼 급하게 매각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앞서 2022년 7월 지알이파트너스자산운용이 매입한 서울 명동의 화이자타워는 매각 측은 3.3㎡당 3500만원 이상을 고수했고 원매자는 3.3㎡당 3000만원 초반을 제시해 매각이 무산됐다. 스타로드자산운용이 공동투자자 안젤로고든과 함께 인수한 서울 강남대로 363강남타워(옛 덕흥빌딩)도 매각을 철회했다.

KB스타오피스 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자투자신탁 제3-1호의 KDB생명타워(서울 동자동) 수익증권 450억좌도 원매자들의 관심에도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M&G리얼에스테이트와 캐피탈랜드투자운용이 보유한 서울 역삼동 소재 '아이콘 역삼'은 원매자와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웠다.

교보자산신탁도 강남구 삼성로 512 소재 삼성동 빌딩 매각을 잠정 연기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앞서 존스랑라살(JLL)코리아-신영에셋 컨소시엄, 세빌스코리아, 교보리얼코, CBRE-컬리어스 컨소시엄, 쿠시먼앤웨이크필드, 에비슨영, 에이커트리,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등 8곳이 삼성동 빌딩 매각주관사가 되기 위해 문을 두드린 바 있다.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매입협상도 결렬, 소송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브룩필드자산운용에 낸 2000억원 규모 이행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제소했다. 인수자금 및 부대비용 4조3000억원으로 예상된 빅 딜의 무산이다.

2022년 오피스 거래 7년 만에 감소

서울·판교 프라임오피스 거래규모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서울·판교 프라임오피스 거래규모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판교의 오피스 거래 규모는 총 13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2021년(14조9000억원)보다 10% 감소했다. 2015년 이후 처음 감소한 것으로 7년 만이다. 국내외 금리 상승,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유동성 위축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도 움츠러든 것으로 풀이된다.

프라임 오피스의 캡레이트는 2022년 4·4분기 기준 4%대 중반으로 집계됐다. 5년물 국고채 평균 수익률(3.9%)과의 스프레드는 50bp(1bp=0.01%)다. 스프레드가 300bp를 넘나들던 호황기에 비하면 오피스 투자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금리 인상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올해 오피스 투자는 위축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올해 금리 인상 속도는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높은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고금리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며 "캡레이트는 오르되 자산 가격의 조정이 이루어지고 거래 규모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JLL코리아는 "저금리 때 자산을 매입해 올해 만기가 도래한 투자자들은 고금리로 인한 리파이낸싱 이슈를 더 크게 겪을 것"이라며 "유동성이 부족한 투자자들은 자금 회수를 위해 펀드나 리츠 지분을 매각하거나 다소 낮은 가격을 수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전체 거래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며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더라도 거래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면서 종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폐기물 업체와 같은 특수 인프라 자산도 매도자-매수자간 괴리가 큰 상황이다. 약 20%에 달하는 가격 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건축폐기물, 소각 등 폐기물 업체는 2021년 상반기까지 좋은 가격을 받기 원한다"며 "현재 자산 가치 조정에 따른 새로운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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