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적군 드론에 전자파 쏴 떨어뜨린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31 15:28

수정 2023.01.31 15:28

KAIST, 새로운 안티드론 기술 개발
좁은 대역의 전자파를 쏴 드론 무력화
달팽이관-뇌 연결 신경망을 막는 원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김용대 교수팀이 실내 전자파 차폐 시설에서 10m 거리의 드론에 협대역 전자기파를 쏴 상대방이 조정을 못하게 만들었다. KA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김용대 교수팀이 실내 전자파 차폐 시설에서 10m 거리의 드론에 협대역 전자기파를 쏴 상대방이 조정을 못하게 만들었다. KA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2월 26일 북한의 무인기가 서울 도심을 비행해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도심시설에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적 드론을 격추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김용대 교수팀이 도심에서 다른 전자장치에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타깃 드론만을 떨어뜨릴 수 있는 안티드론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좁은 대역의 전자기파를 원격에서 드론의 회로에 주입해 드론을 즉각적으로 무력화한다. 연구진은 실내 전자파 차폐 시설을 이용해 10m 거리에서 호버링 비행 중인 드론을 즉각적으로 추락시켰다.


이번 개발에 참여한 장준하 연구원은 1월 31일 "기존의 안티드론 기술이 가지는 주변 전자 장치까지 영향을 주는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도심에서 적용 가능한 안티드론 기술이며 추가 연구를 통해 자폭 드론, 집단 드론 공격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기술로 활용할 수 있을 것"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드론 제조사의 제어 유닛 보드가 전자파 주입에 따른 민감도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해 각 제조사별 수집된 민감도를 극대화한 주파수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매우 좁은 대역의 전자파를 주입하더라도 원격에서 드론을 즉각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김용대 교수팀은 지난 2015년 소리를 관성 계측 장치에 포함된 평형센서인 자이로스코프 센서에 주입해 드론을 떨어뜨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었다. 2015년 연구는 달팽이관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인간이 평형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달팽이관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달팽이관에서 뇌로 연결되는 신경망을 잠시 막을 경우에도 인간이 평형을 유지하기 힘든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번 기술의 특징은 기존의 안티드론 기술과 달리, 주변 전자 장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도심에서도 적용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제어 유닛 보드를 사용하는 드론들을 이용한 군집 드론 공격 시 이들 드론을 동시에 추락시킬 수 있다.
즉, A 기종을 사용하는 100개의 적 드론과 B 기종을 사용하는 100개의 아군 드론이 동시에 비행하고 있을 때 아군 드론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100개의 적 드론을 모두 격추시킬 수 있다.

김용대 교수는 "원천 연구가 이제 끝난 시점이고 실용화 연구를 통해 실제 제품 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추가로 제어 유닛 보드와 IMU 센서 간의 통신 회로 뿐 아니라 다른 회로의 취약점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보안최우수학회 중 하나인 '네트워크 및 분산 시스템 보안(NDSS)' 심포지움 2023에 채택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