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독일이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울프스피드의 공장을 유치하는데 성공하면서 유럽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친환경 보조금에 맞서기 시작했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울프스피드가 30억유로(약 4조348억원)를 투자해 독일 자를란트 지역의 옛 석탄 화력발전소 자리에 주로 전기차에 들어갈 반도체를 생산할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그레그 로우 울프스피드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공장 부지에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건설 승인을 위해서는 아직 유럽연합(EU)의 승인이 남아있지만 숄츠 총리는 이번 공장 건설 계획은 “지속적인 투자를 원하는 기업들은 먼곳이 아닌 유럽에서 찾으라는 것을 뜻한다”라고 말했다.
FT는 이번 반도체 공장 유치는 지난해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인플레 감축법(IRA)의 보조금 지급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독일을 비롯한 EU 국가들이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투자 규모는 인텔이 지난해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투자하기로 한 170억유로(약 23조원)에 비해 작지만 유럽이 미국과 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공급 의존을 줄여 공급망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로우 울프스피트 CEO는 독일 공장 투자금의 20~25%이 EU의 보조금을 통해 지급될 것이라는 기대감들 드러냈다.
한 소식통은 독일 자동차 업체 ZF 프리드리히샤펜이 반도체 생산비의 10%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공장 건설은 내연기관차 생산 사양길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해온 자를란트의 경제에도 활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자를란트 경제는 자동차 산업에 크게 의존해왔으며 주민 약 4만4000명이 이 업계에 종사해왔으나 지난달 포드 자동차가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ZF는 울프스피드의 연구개발(R&D) 건설도 지원할 방침이다. 홀거 클라인 CEO는 완공후 약 600명을 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울프스피드는 전기차의 충전 속도를 높이고 배터리 크기를 줄이는데 필요한 반도체를 주로 생산해왔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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