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지금은 본사가 마음대로 대리점에 계약해지를 요구하지 못하지만 본사판매 정책이 위탁 판매로 변경 시엔 대리점의 협상권과 교섭권 등이 위태로워집니다. 본사가 지방 대리점부터 계약해지를 남발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퍼시스와 20여년 인연을 맺어온 한 대리점주의 말이다. A씨는 2일 "퍼시스 본사가 대리점 계약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판매정책 변경을 통보한 것은 불공정 행위"라고 말했다.
지난 연말 이상 징후를 감지한 전국 70여 대리점주들은 '퍼시스 유통망 상생 협의회'를 출범했다.
퍼시스 본사는 상생협의회 출범 직후인 지난달 26일 '퍼시스 대리점 사장단 간담회'를 열고 올해 11월부터 대리점에 대해 위탁판매로 정책을 변경하겠다고 알렸다. 대리점이 고객사 주문을 받아 본사에 발주하는 방식에서 고객사가 직접 본사에 주문하는 형태로 변경하겠다는 의미다.
대리점주들은 본사의 판매정책 변경은 불공정 행위라고 목소리를 냈다. 본사가 강행할시 대리점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이들은 판매정책 변경시 대리점은 소비자·고객사 발굴을 포함한 영업 행위만 할 수 있고 퍼시스 본사가 고객사와 판매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여서 대리점은 소외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애써 확보한 고객사 데이터를 본사에 넘겨야 하는 점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협의회 관계자 B씨는 "위탁판매로 전환하면 본사가 고객사와 직접 계약하고 대리점은 대리인이 될 뿐"이라며 "대리점이 고객사를 유치하면 영업권을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위탁판매가 되면 영업한 노력을 본사에 뺏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B씨는 퍼시스그룹 산하브랜드인 일룸과 시디즈의 대리점 판매정책 변경에 따른 현재 상황을 보면 퍼시스 대리점이 처하게 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디즈 사례를 보면 위탁 판매로 전환된 이후 대리점 과반이 계약해지가 됐다"며 "현재도 군소 대리점이나 충청남도 밑 지방 대리점엔 계약해지 공문이 날아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제 퍼시스 대리점도 같은 수순으로 만들겠다고 통보한 것인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B씨는 본사 경영진 또는 담당자에게 대리점주들의 우려를 전하면 "어쩔 수 없는 대세다"라거나 "알아서 판단하셔야 한다"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고 하소연했다.
퍼시스 측은 거래 투명성 확보와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판매 정책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현재 대리점단의 재판매 구조는 공정한 가격비교를 힘들게 하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대리점과 상생할 수 있도록 정책 시행 전 간담회 등 충분한 소통 이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퍼시스 관계자는 "기존의 재판매 구조는 대리점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소비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며 "대리점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안했는지 소비자가 판단하기 어려워 번거로운 비교 견적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리점 중에선 위탁 판매 방식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는 곳들도 존재했다"며 "판매정책 변경을 결정하기 전 지난해 6월부터 각 대리점 건의사항을 접수했고 의견을 수렴해 현재의 시스템 변경을 결정했다. 앞으로도 퍼시스 유통망 상생협의회 및 전체 유통망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정책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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