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토큰 증권 시장 개방...'혁신·투자자 보호' 두 토끼 잡을까

이주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05 12:00

수정 2023.02.05 12:00

금융위,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 발표
증권성은 조각투자 가이드라인과 동일...증권 인정 사례 제시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신설...장외 유통플랫폼 통해 거래 활성화
상반기 내에 관련 법 개정안 제출
토큰 증권 발행이 전면 허용됐다.
토큰 증권 발행이 전면 허용됐다.
[파이낸셜뉴스] ] ‘토큰 증권(Securtiy Token, ST)’ 빗장이 풀렸다. 일정 요건을 갖추면 직접 ST를 발행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신규사업자들이 새로운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여태껏 조각투자 등 울타리 밖에 있던 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함으로써 시장 규모와 동시에 통제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

ST는 분산원장(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실물·금융 자산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한 토큰 형태 증권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는 미술품, 부동산, 지식재산권(IP) 등에 분산투자 할 수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ST, 전자증권법상 발행 허용
5일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19일 제1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ST 발행과 유통(STO)을 전면 허용하기로 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ST를 전자증권법상 증권의 디지털화(전자등록) 방식으로 수용해 발행을 허용한다는 게 골자다. 이때 △복수 참여자가 거래 기록 확인·검증 △사후적 조작·변경 방지 △발행·거래를 위한 별도 가상자산 불필요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면 전통 전자증권과 마찬가지로 권리 추정력과 제3자 대항력 등이 부여된다. 이때 한국예탁결제원(KSD)은 양도가능성, 대체가능성 등 증권의 외형적 요건을 갖췄는지 심사한다. 총수량과 발행량을 비교해 초과분은 해소하는 등 발행 총량도 관리할 예정이다.

발행인 계좌관리기관도 신설한다. 일정 수준 이상 자기자본 등 요구 사항만 맞추면 발행인은 스스로 계좌관리기관이 돼 증권사 등을 통하지 않고 직접 ST 발행이 가능해진다. 요건을 못 갖췄다면 기존 전자 증권처럼 증권사를 이용하면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발행된 ST는 소규모 장외 플랫폼에서 유통된다. 이곳에선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 신탁 수익증권 다자간 거래가 매매체결 된다.

중개업을 맡고자 한다면 일정 규모 이상 자기자본 및 물적·인적·대주주·임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거래종목 진입·퇴출, 투자자 정보제공, 불량회원 제재, 이상거래 적출 등에 대한 업무기준도 마련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기존 증권사도 인가를 받으면 중개업을 영위할 수 있다.

다만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발행과 유통은 분리된다. 발행·인수·주선한 증권은 유통할 수 없고 자기계약도 금지된다. 일반투자자 투자한도는 제한된다.

상장시장인 ‘KRX 디지털 증권 시장’을 함께 개설한다. 대규모 거래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곳에 상장되는 ST는 기존 전자증권으로 전환돼 현재 매매·청산·결제 인프라가 적용된다. 다수 투자자가 참여하고 거래규모가 큰 상장시장에서 분산원장은 처리 속도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조각투자, ‘증권’ 판단 시 자본시장법 적용
대표적으로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등 비정형적 증권을 다루는 ‘조각투자’에는 지난해 4월 나온 가이드라인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한 마디로 ‘증권으로 판단되면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는다’로 정리할 수 있다. 이를 우회할 수 있는 ‘특수한 증권’은 없다는 뜻이다.

증권 여부는 묵시적 계약, 계약 체결 및 집행, 수익배분 내용 등 구체적 사실관계와 제반사정을 고려해 정한다. 해외에서 발행됐다고 해도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권유한다면 국내 법을 적용한다.

이를 위해 그 사례들을 제시했다. △사업 운영에 대한 지분권을 갖거나 사업의 운영성과에 따른 배당권, 잔여재산에 대한 분배청구권을 갖는 경우 △발행인이 투자자에게 사업 성과에 따라 발생한 수익을 귀속시키는 경우 등이라면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발행인이 없거나 투자자의 권리에 상응하는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자가 없는 경우 △지급결제 또는 교환매개로 활용하기 위해 안정적인 가치유지를 목적으로 발행되고 상환을 약속하지 않는 경우 △실물 자산에 대한 공유권만을 표시한 경우 등은 증권이 아닐 확률이 크다.

결국 여태껏 자본시장법과 당국 통제권 밖에 있던 증권 형태를 토큰 증권이라는 틀에 담겠다는 시도다. 조각투자와 같이 전자증권으로 발행되기 어려웠던 권리를 새로운 방식으로 발행·유통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동시에 손 위에 두고 지켜보고 위험을 사전 관리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임의로 판단해 법을 위반하는 사례를 최소화하겠단 의도도 있다.

이수영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조각투자 등 기존의 전자증권으로 발행되기 어려웠던 다양한 권리가 토큰 증권의 형태로 손쉽게 발행, 유통될 수 있게 됐다”며 “토큰 증권 투자자도 기존 증권과 동일하게 보호해 공백 없이 책임 있는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상반기 내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이번 정비방안 제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법 개정 전에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한다.

zoom@fnnews.com 이주미 김찬미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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