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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P4공장 내년 가동… 챗GPT 메모리 개발 속도낸다[위기의 K반도체(中)]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05 18:48

수정 2023.02.05 18:48

당초 계획보다 착공 미뤄졌지만
5·6공장 준비 앞당겨 증설 순항
최초 양산 넘어 수율 안정 관건
과감한 투자로 TSMC 추격전
삼성 P4공장 내년 가동… 챗GPT 메모리 개발 속도낸다[위기의 K반도체(中)]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 삼성전자의 압도적 우위를 상징하는 '초격차 기술'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업계 1위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고, 차세대 메모리 기술은 개발 속도가 느려지는 반면 후발주자들의 추격은 거세다.

이에 삼성전자는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 확대에 나섰다. 올 연말 평택 4공장(P4)의 외관공사를 마치고, 내년 상반기부터 메모리·파운드리 최신 공정을 생산하는 복합 팹(공장)으로 운영한다. 또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와 관련,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상반기 P4 본격 가동 '속도'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연말 P4의 외관공사를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룸 설치→장비 투입→시제품 생산' 등의 가동 전 준비작업 일정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처음 가동될 전망이다.

P4는 3공장(P3)과 같이 메모리·파운드리 최신 공정을 생산하는 복합 팹으로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침체 여파로 착공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미뤄지긴 했지만, 5공장(P5)과 6공장(P6)이 세워질 부지도 마련된 상태다. 170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소재 제2 파운드리 공장 구축을 위한 클린룸 설비도 발주했다. 4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을 양산할 이곳은 2024년 하반기 가동 예정이다.

경기불황에도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지난해(53조1000억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집행한다. 설비투자 내에서 R&D 투자 비중은 더 확대한다. 주력인 반도체 사업에만 연 투자액의 90%가량이 집행된 만큼 올해 투자도 반도체 부문에 집중될 전망이다.

당장 실적악화에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를 줄이다가는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챗GPT'로 대표되는 AI 산업의 급성장과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를 지원하는 인텔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사파이어래피즈' 출시 등을 계기로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TSMC에 밀리는 성능·수율 관건

반도체 공정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선두기업과 비교해 기술개발 속도가 느려지는 반면 후발주자들의 추격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 D램 점유율은 2016년 46.6%에서 2022년 3·4분기 40.6%로 하락했다. D램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해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 10나노급 5세대(1b) D램 개발 등 세계 최초 타이틀을 단 기술을 잇따라 발표했고 중국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도 업계 최고 수준인 8세대 232단 낸드 제품 양산에 성공하며 메모리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파운드리 투자는 3나노 이하 선단공정(초미세공정)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생산라인 투자를 오는 2024년까지 10배 늘리고, 2027년 초미세공정 생산능력을 2022년보다 3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3배 이상 벌어진 TSMC와 시장점유율 격차를 좁히는 게 급선무다. 지난해 6월 TSMC를 제치고 세계 최초 3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했지만, 수율(양품 비율)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생산효율은 TSMC가 여전히 한 수 위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TSMC와 격차가 큰 레거시(성숙) 공정 대신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에 투자역량을 집중하는 건 전략적으로 타당한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먼저 적용한 삼성전자가 고객사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메모리보다 시장이 더 큰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파운드리 등 한국의 비메모리 경쟁력은 대만, 미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며 "투자세액공제 확대, 법인세율 인하 등 파격적 세제혜택뿐 아니라 첨단산업 인재육성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는 국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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