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월드리포트

[왓츠업실리콘밸리] 패스트 팔로어와 챗GPT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07 18:31

수정 2023.02.07 18:31

[왓츠업실리콘밸리] 패스트 팔로어와 챗GPT
패스트 팔로어(추격자)는 지금도 대한민국의 특징을 잘 표현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경제 분야에서는 더 그렇다. 자원도, 기술도 없던 한국은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우수한 인력들은 근면함으로 선진기술을 보고 배우며 기술을 습득했다. 패스트 팔로어로 40여년을 갈고 닦은 한국은 여러 산업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 자리를 노릴 수 있는, 가장 앞선 패스트 팔로어로 자리 잡게 됐다. 모든 산업군이 아닌, 한정된 분야지만 몇몇 분야에서 한국은 패스트 팔로어들을 견제하는 퍼스트 무버로 당당히 군림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처음 등장한 오픈AI의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는 3개월 만에 단숨에 시장의 퍼스트 무버가 됐다. 그동안에도 AI 챗봇은 존재했지만 단순한, 한정된 역할에 그쳤다. 그런데 챗GPT의 기능은 기존의 AI 챗봇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화하는 것과 비슷한 상호작용과 정확한 답변 내용이 그렇다. 이런 챗GPT가 어디까지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획기적인 챗GPT의 능력 때문에 챗GPT는 세계 곳곳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남미 한 나라의 판사가 챗GPT를 활용해 판결문을 작성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의 기술산업을 선도하는 미국에서는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챗GPT를 활용해 미국 의사면허시험을 봤더니 50% 이상의 정확도를 보였다. 챗GPT가 의사면허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을 자랑한 것이다. 챗GPT는 미국 로스쿨 졸업시험에서도 평균 C+ 이상의 학점을 받았다. 미국 명문 경영대학원의 기말시험에서도 B- 이상 수준의 능력을 보여줬다.

챗GPT의 이런 능력 탓에 세계 AI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인 구글과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퍼스트 무버인 마이크로소프트(MS)조차도 AI 챗봇시장에서는 패스트 팔로어로 전락해버렸다. 이들 기업이 '코드레드(비상상황)'를 발령한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다.

2016년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로 각인된 AI '알파고'의 구글은 대응이 빨랐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챗GPT에 대항하는 AI챗봇 '바드'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챗GPT를 탄생시킨 오픈AI에 적은 금액을 투자했던 MS도 100억달러의 추가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MS는 투자를 바탕으로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와 검색엔진 빙(Bing)에 오픈AI 기술을 탑재할 것으로 전해졌다. 패스트 팔로어가 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국내 기업들도 세계적 기업들과 동시에 AI 챗봇 시장에 뛰어들었다. AI 챗봇은 물론 AI 챗봇과 연관된 산업군에서도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AI 챗봇 분야에서도 반도체처럼 한국이 패스트 팔로어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가 되길 기대해본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