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은행 '이자 장사' 압박하는 정치권, 서민 곡소리 줄어들까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대출 이자 '껑충' 예금 이자 '찔끔'
직장인 대출이자 부담 두배 껑충
정우택 의원, 은행법 개정안 발의
은행 "과도한 관치금융 폐해" 우려

서울의 한 은행앞에 대출금리 안내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서울의 한 은행앞에 대출금리 안내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1. 약 2억원의 대출을 받은 40대 직장인 A씨는 작년만해도 월 40만~50만원대 이자를 냈지만 최근 고금리 기류로 인해 거의 두배 가까이 이자가 올라 자금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빠듯한 월급쟁이 인생이라 오른 이자만큼 가계의 여유자금이 쪼그라든 탓이다.
#2. 여성 직장인 B씨는 거의 월급의 반을 폭등한 대출 이자를 메꾸느라 말그대로 곡소리 날 지경이다. 아무리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출 이자를 내릴 것을 우회 압박하고 있다지만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대출 이자는 서민 가계의 큰 위협이 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고금리로 인해 대출이자는 확 올리고, 예금이자는 찔끔 올리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시중 은행들은 역대 최고의 이자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조4133억원으로 이미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기존 최대 실적을 낸 2021년(4조4095억원) 수치를 갱신한 것이다. IBK기업은행도 같은 기간 전년 대비 15.3% 증가한 2조7965억원의 순이익(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은행권의 최대 실적은 각종 대출상품에 붙는 이자 수익이 주로 견인했다.

KB국민은행의 지난 한 해 순이자 이익은 11조3814억원으로 전년보다 18.9% 늘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권의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가 점차 벌어지면서 이른바 이자수익 대박을 친 것이다.

은행권 역대 최대 수익…예대마진 상당수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하면, 지난해 말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이자수익 추정치는 전년(50조6973억원) 대비 34.43% 늘어난 68조1499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 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해 12월 취급한 마이너스통장 평균 금리는 전년(4.262%) 대비 2.572%p 오른 연 6.834%로 집계됐다. 신용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고신용자들도 연 7%에 근접한 금리로 대출받거나 대출을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점수 951점(KCB) 이상인 차주의 평균 금리는 연 6.752%, 900점 이상은 연 6.854%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이미 받은 대출 이자도 껑충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가계를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당수 차주들의 경우 금리인상 전보다 거의 두배 가까운 대출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서민가계 안정 유도와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일정부분 제한하기 위해 예대금리 산정방식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달 10일 내부 임원회의에서 "금리 상승기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해서 점검·모니터링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토록 하는 등 금리산정체계의 합리성·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예대금리차·수익 보고 의무화 법안 발의

이런 가운데 최근 예대금리차를 주기적으로 공시토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개정안'이 제출돼 향후 처리여부가 주목된다.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예대금리차를 연 2회 이상 공시하도록 하고, 예대금리차와 그에 따른 수익을 분기별로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예대금리차를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우택 의원은 "최근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4%포인트 이상 벌어져 국민과 기업의 대출 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은행 예대금리차를 확인·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아무리 서민가계 안정을 위한다지만 은행권의 고유한 영업 비밀의 공개를 의무화한다는 건 자칫 '관치금융'을 강화시켜 은행권의 자율적 금리정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적인 고금리 추세는 은행권이 의도적으로 유도한 게 아니다"라며 "전세계적으로 고물가를 잡기위한 불가피한 고금리 흐름에서 대출 이자 수익이 늘 수는 있지만, 이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은행의 고유 영업비밀을 무조건 공개하라고 하는 건 금융 자율성 훼손과 함께 오히려 서민들에 대한 이자 정책의 유연성을 제한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mail protected]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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