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자 장사' 압박하는 정치권, 서민 곡소리 줄어들까
대출 이자 '껑충' 예금 이자 '찔끔'
직장인 대출이자 부담 두배 껑충
정우택 의원, 은행법 개정안 발의
은행 "과도한 관치금융 폐해" 우려
#2. 여성 직장인 B씨는 거의 월급의 반을 폭등한 대출 이자를 메꾸느라 말그대로 곡소리 날 지경이다. 아무리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출 이자를 내릴 것을 우회 압박하고 있다지만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대출 이자는 서민 가계의 큰 위협이 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고금리로 인해 대출이자는 확 올리고, 예금이자는 찔끔 올리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시중 은행들은 역대 최고의 이자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조4133억원으로 이미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기존 최대 실적을 낸 2021년(4조4095억원) 수치를 갱신한 것이다. IBK기업은행도 같은 기간 전년 대비 15.3% 증가한 2조7965억원의 순이익(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은행권의 최대 실적은 각종 대출상품에 붙는 이자 수익이 주로 견인했다.
KB국민은행의 지난 한 해 순이자 이익은 11조3814억원으로 전년보다 18.9% 늘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권의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가 점차 벌어지면서 이른바 이자수익 대박을 친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하면, 지난해 말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이자수익 추정치는 전년(50조6973억원) 대비 34.43% 늘어난 68조1499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 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해 12월 취급한 마이너스통장 평균 금리는 전년(4.262%) 대비 2.572%p 오른 연 6.834%로 집계됐다. 신용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고신용자들도 연 7%에 근접한 금리로 대출받거나 대출을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점수 951점(KCB) 이상인 차주의 평균 금리는 연 6.752%, 900점 이상은 연 6.854%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이미 받은 대출 이자도 껑충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가계를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당수 차주들의 경우 금리인상 전보다 거의 두배 가까운 대출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서민가계 안정 유도와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일정부분 제한하기 위해 예대금리 산정방식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달 10일 내부 임원회의에서 "금리 상승기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해서 점검·모니터링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토록 하는 등 금리산정체계의 합리성·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예대금리차를 주기적으로 공시토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개정안'이 제출돼 향후 처리여부가 주목된다.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예대금리차를 연 2회 이상 공시하도록 하고, 예대금리차와 그에 따른 수익을 분기별로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예대금리차를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우택 의원은 "최근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4%포인트 이상 벌어져 국민과 기업의 대출 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은행 예대금리차를 확인·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아무리 서민가계 안정을 위한다지만 은행권의 고유한 영업 비밀의 공개를 의무화한다는 건 자칫 '관치금융'을 강화시켜 은행권의 자율적 금리정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적인 고금리 추세는 은행권이 의도적으로 유도한 게 아니다"라며 "전세계적으로 고물가를 잡기위한 불가피한 고금리 흐름에서 대출 이자 수익이 늘 수는 있지만, 이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은행의 고유 영업비밀을 무조건 공개하라고 하는 건 금융 자율성 훼손과 함께 오히려 서민들에 대한 이자 정책의 유연성을 제한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mail protected] 이정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