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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후 사육 385만두 역대최고...공급과잉에 도매가 20% 폭락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2 11:00

수정 2023.02.12 14:00

한우 도매가격 전년대비 20.4%↓
도매가격 연착륙 위한 수급 대책 발표
추가 수요 창출, 농가지원 확대
소비자 체감할 수 있도록 유통구조 개선

경북 경주시의 한 축사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북 경주시의 한 축사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한우 사육마릿수가 385만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공급과잉에 따른 한우값 하락이 가속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한우 도매가격은 kg당 1만5094원으로 평년 대비 16.5%, 전년 대비로는 20.4% 낮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한우 도매가격 하락으로 인한 농가 어려움을 완화하고, 2024년까지 하락이 장기화될 우려가 커지는데 대해 농협, 한우협회 등 생산자단체, 전문가 등과 함께 한우 수급 안정 대책 마련에 나선다고 12일 밝혔다.

올해 한우 사육마릿수는 385만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축물량은 95만두로 전년대비 8만두가 증가해 내년까지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평년 대비로도 도축 물량은 17만6000두 증가한 수치로, 농림부는 한우 도매가격이 추세적 하락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락세는 2023년 설 성수기에도 이어졌다.

한우 공급증가에 따른 가격하락 우려는 2019년부터 지속돼왔다. 그러나 2020년과 2021년 코로나 기간 동안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고, 가정 내 한우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늘어난 사육규모를 시장에서 일정 수준 소화할 수 있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한우 사육은 45만마리가 증가했고, 이 중 55.5%는 100마리 이상 사육하는 8만8000호의 농가에서 증가했다.

그럼에도 소매가격을 기준으로 등심 100g당 가격은 1월 9741원으로 전년 대비 12.9% 하락했지만 평년 대비로는 오히려 4.5% 늘어난 수치다. 올해 경기 위축 우려 등으로 고급육인 한우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직˙간접 유통비용을 포함한 소매가격 구조상 도매가격이 하락한 비율만큼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기 어려워 추가적인 수요 창출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한우 추가수요 촉진...도매가격 연착륙 목표


2022년 대비 올해 예상되는 추가 물량은 2만4000여톤에 이른다. 정부는 추가 수요를 최대한 창출해 도매가격 경착률을 피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정부는 농협과 협력하여 전국 980개의 농협 하나로마트를 중심으로 평균 가격 대비 20% 낮은 수준으로 한우 판매를 촉진할 계획이다. 경쟁사인 대형마트, 온라인몰, 슈퍼마켓, 정육점 등의 한우 소매가격 인하를 유도, 소비자가 한우 가격 할인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할인 행사에 쓰일 소고기 대량 구매를 통해 도매 가격을 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또한, 대형 가공˙급식업체 등에서 제조˙사용되는 육가공품, 식재료 등에 쓰이는 육류도 한우로 대체할 계획이다.

한우 수출 물량도 200t까지 확대한다. 2023년 5월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 획득이 예정됨에 따라, 기존 44t 수준이던 수출량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홍콩 중심이었던 수출 대상국도 말레이시아로 확대한다. 정부는 올 상반기 중 한우 도축장의 할랄(halal)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할랄 인증 시기에 맞춰 바이어 및 유통업체 대상 홍보 행사를 통해 한우 수출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한우협회, 축산물품질평가원, aT, 수출업체 등이 참여하는 한우 수출협의회를 구성하고 수출용 한우 공동 브랜드 개발과 저등급·냉동육 수출시장도 개척하는 한편, 한우 자조금 등을 통한 수출 물류비용 지원도 추진하기로 했다.

농가 지원 병행...사육마릿수도 수급관리 강화

농가 경영비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사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사료구매자금의 한˙육우 농가 배정 비율도 당초 50%에서 60%로 확대된다. 농˙축협사료에서의 가격 인하를 통해 지속적으로 배합사료 가격 인하도 유도할 계획이다. 근본적으로 농가 사료 가격을 낮추기 위한 대책도 병행한다. 국내산 조사료(풀 사료) 생산 확대를 위해 논 하계조사료 7천ha를 확보하고, 하계조사료를 재배하는 농가에 ha 당 430만원을 전략작물직불제로 지급한다. 사일리지(발효 풀 사료) 제조비 지원단가는 상향하고 조사료 전문단지 면적도 매년 1000ha 확대해 국내산 조사료 생산을 늘려갈 예정이다.

한우 가격 급락으로 경영이 악화된 농가에 대해서는 농업경영회생자금 지원으로 농가당 최대 20억원의 정책자금을 1%의 저리로 대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농업경영회생자금의 경우, 중소농의 경영 악화 및 지원 시급성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대출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지역 축협의 담보 대출을 검토하는 한 편, 직매 비중을 현재 40% 수준에서 50%까지 확대하고 도매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도록 선호하는 요일에 출하가 가능한 공판장(음성) 우선 출하권도 부여할 계획이다.

중소농 지원 확장을 위해서는 사료구매자금 우선 지원 농가를 기존의 ‘소 150마리 이하 사육’농가에서 ‘소 100마리 이하 사육’농가로 변경하고, 중소농에 대해 조사료 할당관세 물량을 우선 배정할 계획이다. 지역 축협 직매 시에도 중소농이 출하한 암소에 대해서는 약 40~50만원의 도축경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도매가격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인 공급과잉 방지를 위해, 시장 자율적으로 한우 가격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2024년 상반기까지 암소 14만 마리를 감축할 계획이다. 2021년부터 농가 신청을 받아 감축하고 있던 암소 9만 마리에 농가가 자율적으로 5만 마리를 추가로 줄이기로 했다. 100마리 이상 사육하고 있는 대형 농가에 5만 마리에 대한 감축 물량을 배정하고, 월별·분기별 출하 계획을 수립해 감축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소비자에게는 '비싼 한우'...유통 효율화로 합리적 가격 유도

한우 소매에서 약 13% 수준의 비중을 차지하는 농협에서 자연스러운 경쟁 유도를 통해 소매 가격을 체감 수준까지 끌어내릴 계획이다. 한우 소매가격은 유통비용으로 인해 도매가격 하락폭만큼 내려가기는 어려운 구조로, 납품가격과 인건비, 운영비, 이윤 등을 반영해 판매점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간접적인 유도 정책으로 가격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한우협회, 소비자단체 등을 통해 소매가격을 주기적으로 조사·공개해 소매점 간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축산물 온라인 경매 확대, 부분육 경매 도입을 통해 운송비와 가공비도 절감한다. 농협경제지주가 한우를 판매하는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는 도매가격 변화폭을 주 단위로 반영해 권장 판매가격을 제시하고, 할인행사가 없는 경우에도 전국 평균 가격에 비해 20% 낮은 가격에 한우를 판매해 소매 가격의 경쟁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축산물 납품가격 신고제도 도입도 추진된다. 축산 계열화사업자, 도매업자, 가공업체 등에 대해 가축 또는 부분육을 납품받는 가격 및 포장육을 납품하는 가격 등을 보고하게 하고, 평균 납품가격 공개를 통해 소매단계의 유통비용 절감을 유도할 방침이다.
직매 비율도 확대된다.

김정희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이번 대책으로 소비자는 한우를 부담 없이 구매하고, 농가, 특히 중소농의 경영부담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우 수급이 조기에 안정될 수 있도록 전업농과 대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암소 감축에 힘쓰는 등 적극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같은 제도를 담은 '축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현재 입법예고가 완료된 상태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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