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불붙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상향 논란 "60대는 노인 아냐" "수입 없는데 걱정"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09 18:09

수정 2023.02.09 18:09

지하철 종로3가역에 한 노인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하철 종로3가역에 한 노인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지자체들이 지하철 무임수송 연령을 기존 만 65세 이상에서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재정 부담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무임수송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고려하면 연령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지자체 주장이다. 젊은 세대들의 찬성 여론이 높아 세대갈등 양상으로도 번지고 있다.

'무임수송의 연령 상향 조정'에 대한 당사자들인 60대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당사자인 60대는 제도가 변한다면 받아들이겠다는 분위기다.
'65세 이상 100% 면제'가 도입된 1984년과 달리 평균수명이 늘어나며 인구구조가 변했다는 점을 60대들도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연령 조정에 앞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에 대한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60대, 더 이상 '노인' 아니다

9일 거리에서 만난 60대들은 무임수송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방침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부분 적당한 연금을 받거나 노후에도 고정 수입을 만들어 생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적은 연금이 예상되는데다 이른바 '소득 절벽'을 앞둔 사람들은 무임승차 연령이 높아질 경우 사실상 경제적 부담도 가중돼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모씨(65)는 "30년 이상 다니던 회사는 퇴직했지만 기술사로 일하고 있어 대중교통비 정도는 내가 부담할 수 있다"며 "과거 경제규모가 작았던 1960~1970년대에야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60대가 지원 받아야 했지만 지금까지 60대를 노인 취급하면서 무임수송 등을 모두 지원하는건 사회적 낭비"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2019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인 지하철 무임수송 연령 기준을 70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다는 데 찬성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67.9%로 집계됐다. 눈에 띄는 점은 곧 혜택을 받게 될 50대(찬성 74.0%·반대 19.9%)와 현재 혜택을 받는 60대 이상(찬성 72.3%·반대 22.8%)에서도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6월부터 두 달 간 서울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1957년 이전 출생자) 3000여명을 면접조사한 결과 이들이 생각하는 노인의 기준 연령은 평균 '72.6세'였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준태씨(65)는 "개인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 노령층은 국민연금이나 노령연금 등 국가로부터 돈을 받는다. 적든 많든 노인들에게는 수입이 있다"며 "개인이 선택적으로 이동하기 위해 타야 하는 지하철 요금 정도는 지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언급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신현덕씨(69)도 "너무 노인이 많아 '60대 무임수송'를 계속할 경우 재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국가에 빌붙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노인빈곤 해결, 연령 상향 선결 조건

다만 무인수송 연령을 조정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60대들은 입을 모았다. 바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노인빈곤'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처분가능소득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노인빈곤율)은 지난 2020년 기준 38.9%로 집계됐다. OECD 평균인 13.5%(2019년 기준)와 비교하면 약 3배 정도로 최고 수준이다. 때문에 60대들은 교통복지 차원에서 할인이나 선별적 지원 등 제도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수입이 거의 없거나 줄어드는 노인들의 경우 무임승차 연령 상향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씨(61)는 "65세이면 수입이 없을 때"라며 "무임수송이 안 된다면 할인 제도라도 도입해 65세부터 지하철 요금의 반값 정도로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씨는 "복지서비스가 그만큼 없어지는 건데 다른 서비스라도 줘야 한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김모씨(63)은 "경제적으로 곤란한 이들은 무임수송 제도를 통해 집 밖에 나와 움직일 수 있는 활동성을 부여받는다.
(무임수송이 사라지면) 가난한 사람은 돈이 없어 이동도 못 한다"며 "경제상황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무임수송 여부를 정할 필요하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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