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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혁명의 전주곡이 울렸다"...챗GPT 열풍, 기회일까 거품일까 [글로벌 리포트]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2 18:23

수정 2023.02.12 20:29

"우리도 곧" 잇단 참전 선언
이미 오픈AI 손잡은 MS, 추가 투자 협상
한발 물러서 있던 구글, 전투태세 급전환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도 "상당한 진전"
일각선 "지금의 돌풍은 자본시장의 입김"
실체 없이 '지르고 보자'式 기업 발표에
환호했던 증시, 며칠 못가 무너지기도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챗GPT의 등장에 세계 시장이 열광하고 있다. 기존 인공지능(AI)과 전혀 다른 대혁명의 전주곡이 울렸다고 칭송한다. 검색의 시대에서 AI와 대화하는 세계로 전환됐다는 평가도 있다. AI 서비스의 산업화와 대중화를 전망하며 전자상거래, 소매, 금융, 의료, 교육, 보험, 제조, 여행, 고객 서비스, 문학·예술 등 업계의 변화를 예상한다. 당연히 관련 업체는 시장 투자자의 관심 대상이다.

그러나 과연 장밋빛 미래만 있을까. 지금의 AI챗봇은 전방위적 광고·선전에 의한 거품이라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제 발전 초기 단계이므로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섣부른 낙관론보다는 투자 측면에선 신중한 접근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챗GPT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시장에 짝퉁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AI챗봇에 진심인 한국과 미·중

AI챗봇에 가장 진심인 국가는 현재까지 미국과 중국, 한국 정도로 요약된다. 굴지의 대형 기업들은 미국 인공지능 연구소 오픈AI가 챗GPT을 내놓은 지 두 달여 만인 올해 1월 월간 활성 사용자(MAU) 1억명을 돌파하자 "우리도 개발 혹은 출시한다"며 부랴부랴 AI 전쟁에 참전을 선언했다.

이미 오픈AI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입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추가 100억달러(약 13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 협상을 진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챗GPT 업그레이드 버전을 장착한 새로운 검색 엔진 '빙'(Bing)을 발표했다. 사용자 대화 방식은 챗GPT와 같지만 기존 데이트를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에서 나아가 최신 정보까지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검색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점령했던 구글은 그동안 저작권·윤리 등 논란 우려해 AI 공개에 보수적인 입장에서 적극적인 전투태세로 전환했다.

챗GPT 출시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구글은 회사 내부에 '코드 레드'(위기 경고)를 발령하고, 올해 AI 업무 전면 조정을 예고했다. 또 AI 챗봇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4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이달 초 챗GPT에 맞서는 AI 챗봇 '바드'를 공개했다. 구글은 올해 안에 새로운 AI 서비스 20여 개를 출시하면서 AI 챗봇과 구글 검색을 연동한다는 방침이다. 선구자 오픈AI는 챗GPT에서 기능을 향상한 GPT-4를 연내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중국은 자국 최대 검색엔진업체 바이두가 AI챗봇 '어니봇'을 다음달 공개한다고 밝히면서 출사표를 던졌다. 역시 챗GPT와 비슷한 기능이며 중국 이름은 '원신이옌(文心一言)'이다. 어니봇은 AI로 구동되는 거대 언어 모델이며, 언어 이해와 언어·이미지 생성 등 작업 수행 능력을 점차 높여왔다고 바이두는 설명했다.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자사의 알리다모연구원을 통해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대화 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내부 테스트 단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명칭이 확정되지 않은 알리바바의 대화 로봇은 AI 대규모 모델 기술과 알리바바 그룹에서 출시한 원격근무 지원 서비스 플랫폼 딩딩(딩톡)을 결합한 형태일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 최대 정보통신(IT) 기업인 텐센트는 내부 연구소에서 AIGC(AI 생성 콘텐츠) 보고서를 발간했고 업무 측도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AI 전선에 뛰어든 것으로 시장은 진단했다. 텐센트는 AI 대형 모델, 기계 학습 알고리즘, 자연어처리(NLP)와 같은 일부 챗GPT 관련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중국을 대표하는 3대 IT 기업인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모두 챗GPT 등장이라는 거대한 물결에 올라타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셈이 됐다. 이외에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JD닷컴), 중국 대형 온라인 게임·교육업체, 왕이(넷이즈), 디지털 보안업체 싼류링(360), 중국 음성인식 AI기업 커다쉰페이(아이플라이텍) 등도 관련 연구개발 정보를 속속 공개했다.

한국은 네이버가 검색을 특화한 '서치GPT'를 올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고, 카카오는 지난해 출시했던 한국어 특화 언어모델 'KoGPT' 기반 챗봇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LG그룹, SK텔레콤, KT 등 주요 IT 기업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환호' 리스크는 투자자 몫

시장은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AI챗봇 분야에 환호했다. 당장 미국·중국·한국 등 대부분 모든 증권시장에서 빅테크와 AI 관련 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구글, MS, 아마존, 애플, 바이두, 네이버, 카카오 등이 올해 초와 견줘 주가가 모두 상승했고, 관련 지수도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국 빅테크기업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펀드 상품에서도 자금이 몰렸으며 AIGC도 덩달아 호재를 만난 형국이 됐다.

중국 톈펑증권은 "AIGC가 소비 인터넷, 산업 인터넷, 사회 가치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향후 관련 분야의 투자 기회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당장 증시에선 AI챗봇 혹은 AIGC 기업들이 연일 상한가를 쳤다. 기관들도 AI 핵심 기술 관련 기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보고서를 줄줄이 내놨다. 오는 2025년까지 AI 핵심 산업 규모가 4000억위안을 초과하고, 관련 산업까지 합치면 5조위안을 넘을 것이라는 중국 국무원의 차세대 AI발전 계획도 재조명됐다.

하지만 '열광 속에 폭탄'을 경고하는 전문가들도 상당수다.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과거 유사한 '닷컴 돌풍' 때처럼 버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쑹칭후이 중국 경제학자는 "챗GPT는 로봇과 인류의 자연적 언어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지만 지금의 열풍은 자본시장의 대대적인 선전에 의한 것으로 거품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이제 발전 초기 단계이므로 상용화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아직 저작권 논란과 윤리적인 관점, 정보 제공 편향성, 개인정보보호와 같은 법률적 문제에서 AI챗봇의 기능은 자유롭지 못하다. 결과물이 부정확하거나 모순되는 사례도 흔하게 발견되는 등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AI챗봇을 만능 사전처럼 사용하게 되면 사회나 교육, 관련 산업은 오히려 혼란을 겪게 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자국 인지과학자로 알려진 팀 키에츠만 박사를 인용, "틀린 답을 챗GPT가 낼 경우 이는 글쓰기 능력뿐만 아니라 답변 오류로 인한 학문 발전 저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체를 확인시켜주지 않고 발표부터 하는 업체들이 많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시장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추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기술 개발 계획 발표 하루 이틀 만에 주가가 내려앉는 종목이 우후죽순 나오기 시작했다. 시장이 상황을 직시하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는 하이텐루이성테크, 윈총과기, 한왕과기 등 단기 급등한 종목에 증권 감독·관리 업무 서한을 발송했다. 일종의 경고다.

그 새 짝퉁도 양산했다.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플랫폼 검색창에 'ChatGPT'를 입력하면 'ChatGPT AI' '초AI' 'GPT인공지능AI로봇' 'Chat인공지능문답' 등 수십 개의 관련 계정이 뜬다. 또 'ChatGPT'와 이름을 유사하게 만들어 현혹하는 'ChataGTP'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 계정은 챗GPT나 AI챗봇 기술 기업과는 관련이 없다. 고객이 채팅으로 질문을 하면 이들 기업이 챗GPT에 재차 물어본 뒤 결과물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기업들은 막대한 중간 수수료를 챙긴다.

이마저도 결과물은 허술하다.
개발자의 승인을 얻었는지, 지식 양도 서비스가 합법적인 지도 불분명하다. 중국인이 챗GPT에 등록해 서비스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가짜'라고 베이징일보 등은 전했다.


펑파이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빌려 "이름이나 상표의 유사성과 상관없이 정품 챗GPT의 이름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를 의심해 볼 수 있다"면서 "이는 대다수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새로운 생태계를 망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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