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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지수 편입 위해 외환시장 개방… 성공땐 500억弗 유입 [MSCI·WGBI 지수 편입 보인다 上]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2 18:36

수정 2023.02.12 18:36

韓, 신흥시장 ‘고인물’ 벗어나면
코스피 4500선까지 상승 전망도
세계국채지수 편입때도 자본유입
국채금리·환율 하락 효과도 기대
선진지수 편입 위해 외환시장 개방… 성공땐 500억弗 유입 [MSCI·WGBI 지수 편입 보인다 上]
정부가 최근 외환시장의 문을 대대적으로 열겠다는 발표를 했다. 'IMF(외환위기) 악몽'을 겪은 정부가 이 같은 정책전환을 한 이유는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라는 숙원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은 1992년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된 뒤로 30년 넘도록 같은 곳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MSCI 선진지수 편입은 2008년부터, WGBI 편입은 2009년부터 추진해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외국인투자자를 위해 규제를 개선한 만큼 이제는 우리도 선진 금융권으로 도약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MSCI 선진지수 편입 땐 최대 500억달러 유입

지난해 6월에도 국내 증시는 MSCI 선진지수 편입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되기 위해선 먼저 선진지수 편입 관찰국 리스트에 등재돼야 한다. 1년 뒤 선진지수 편입 여부가 결정이 된다. 곧이어 1년이 지나야 선진지수에 실제 편입이 된다. 지난해엔 관찰국 리스트에도 등재되지 못했다.

다만 MSCI를 제외한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들은 대부분 한국을 선진지역으로 이미 구분한다. 다우는 1999년부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08년부터,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는 2009년부터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했다. 유일하게 MSCI만 한국을 신흥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되면 국내 증시가 현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승격되는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대거 국내로 순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되면 약 17조8000억~61조1000억원(159억~547억달러)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신규유입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KB증권도 글로벌 패시브자금을 중심으로 20조~65조원,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440억달러의 자금 순유입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 인한 주가상승은 덤이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가 선진지수에 편입되면 최대 4500 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변동성 감소도 기대된다. 허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시장 지수편입 시 중국 영향력이 감소하고, 선진시장 자금과 연결돼 주식시장 변동성이 낮아질 가능성은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선진지수에 편입되지 못할 경우 신흥시장 내 '고인물'로서 직면해야 할 리스크도 있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이 됐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MSCI 신흥지수 내에서 한국 비중은 장기적으로 감소했는데 이유 중 하나는 중국 비중이 큰 폭 확대됐기 때문"이라며 "그리고 향후 또 하나의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는데, 인도 비중이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기준 MSCI 신흥지수 내 한국지수는 12.7%에 불과하다. 중국(29.7%)과 인도(13.5%)에 밀려 4위에 머물러 있다.

■WGBI 편입, 채권금리+환율안정 기대

MSCI뿐만 아니라 한국은 이르면 올해 대표적 선진 채권지수인 WGBI 편입도 기대하고 있다. WGBI는 영국의 FTSE 러셀이 발표하는 국채지수로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국채를 포함하고 있는 대표적인 채권부문 글로벌 지수다.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스 글로벌 종합지수 및 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 등과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꼽히며 주요 연기금 등이 벤치마크 지수로 활용하고 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FTSE 러셀 본사를 방문해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위한 협력을 요청했다. 정부의 WGBI 편입 추진은 국내 채권시장 안정에 주효한 재료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지수편입은 시장에 안정적인 외국인 투자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WGBI로 편입이 확정되면 국내 채권시장에 500억~600억달러 투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수편입이 12~18개월에 걸쳐 이뤄질 경우 월평균 28억~50억달러가 유입될 것으로 점쳐진다.

자본유입과 더불어 국채금리 하락, 환율 하락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 또 지수편입에 따른 국채시장 수요 확대는 채권가격 상승(채권금리 인하)과 함께 외국인투자자의 국채 보유 장기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수편입에 따른 국채수익률 하락 효과를 진단한 결과 국채수익률(5년물 기준)은 25~75bp(1bp=0.01%p) 하락이 기대된다. 또 WGBI 편입 이후 매월 50억달러의 신규자금이 12개월간 유입될 경우 원·달러 환율 하락 폭은 1.1~6.2%로 추정된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투자자의 유입 모멘텀이 약화된 상황"이라며 "WGBI 편입은 국채시장의 안정적 자금조달 기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작용은 있을 수 있다.
WGBI 편입에 따른 자본유입 확대는 우리나라 국채시장의 대외요인에 대한 민감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WGBI는 가입조건과 더불어 명시적인 퇴출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국가신용등급의 기준치 미달 등 최악의 이벤트 발발 시에는 급격한 자본유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현물과 선물 연계투자가 확대되면서 채권시장 변동성 증대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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