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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제주 한 달 살기'와 통계청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2 20:10

수정 2023.02.12 20:10

한훈 통계청장
[차관칼럼] '제주 한 달 살기'와 통계청
'제주 한 달 살기'가 유행처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끈 지가 꽤 오래되었고, 지금도 많은 사람이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체험하고 있다. 그러면 과연 지금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사람들은 주로 어디에서 거주하고 어디에서 시간을 보낼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인터넷을 아무리 검색해봐도 찾을 수 없다. 우선 제주 한 달 살기를 하는 사람의 규모를 알아내기부터 어렵다. 잠깐 살기 위해서 제주도로 주민등록을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전출입 기록을 통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제주도 여행은 해외여행과 달리 공항에서 입국·출국 신고도 없어서 출입국절차를 통해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럼 한 달 살기 여행자 규모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거의 전 국민이 소지하고 있는 휴대폰의 모바일 이동정보가 그 해답을 줄 수 있다.
통신사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제주 한 달 살기를 하는 사람의 규모를 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지국 접속기록이 계속 서울에 있다가 한 달 정도만 제주도에 있고, 다시 서울로 나타나는 경우는 제주 한 달 살기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모바일 이동데이터를 활용하면 한 달 살기를 하는 사람의 제주도 내 거주지역을 추정할 수 있고, 선호하는 관광지와 여가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그럼 제주 한 달 살기 하는 사람의 연령대, 원거주지, 가구 구성, 일자리 등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휴대폰 가입 시의 정보를 통해 일부 확인할 수 있지만 부정확한 정보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일자리가 바뀌고, 가구 구성이 달라지는 것을 통신사에 제때 신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해답은 통계청이 구축한 통계등록부가 제공할 수 있다. 통계청은 인구총조사 등의 조사자료와 주민등록, 4대 보험 정보 등의 행정자료를 결합하여 인구와 가구의 특성을 정리한 인구가구 통계등록부를 구축해 놓았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제주관광공사와 협업을 통해 통계등록부와 모바일 이동데이터를 결합한 '제주 한 달 살기' 통계를 작성 중이고, 조만간 그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결과가 발표되면 제주 한 달 살기와 관련한 많은 궁금증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 한 달 살기를 준비하는 사람, 그들을 대상으로 관광상품을 기획하는 관광업계와 지역 관광정책을 수립하는 지방정부의 의사결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통계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주 한 달 살기 여행자의 소비 패턴을 알아볼 수 있는 '신용카드 이용 정보'도 추가해 다차원 빅데이터 분석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의 관행과 경험에서 벗어나 과학적 지역 관광정책 수립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것이 바로 기존의 통계와 빅데이터를 결합하는 데이터 융합의 힘이다.

데이터는 규모가 커질수록 가치가 증가하는 '규모의 경제'와 데이터 속성 간 결합이 다양할수록 가치가 배가되는 '범위의 경제'라는 특성이 있어 데이터를 모으고 연결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데이터 융합의 확산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국민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례가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한훈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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