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企·여성·청년으로 IP생태계 확장해야 혁신성장 지속" [fn이 만난 사람]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3 18:25

수정 2023.02.13 18:25

다렌 탕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사무총장
본지 지재권 컨퍼런스 참석차 방한
특허출원 여성비율 고작 16.5%
세계 인구 절반에도 실적 저조
WIPO 지재권 아카데미 진행
20년간 100만명 넘는 학생 수료
파이낸셜뉴스와 특허청이 지난 9일 공동주최한 '제13회 국제지식재산보호 컨퍼런스'에서 다렌 탕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다렌 탕 사무총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거론하며 "한국기업들이 기술 혁신가와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WIPO 그린' 플랫폼을 활용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와 특허청이 지난 9일 공동주최한 '제13회 국제지식재산보호 컨퍼런스'에서 다렌 탕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다렌 탕 사무총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거론하며 "한국기업들이 기술 혁신가와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WIPO 그린' 플랫폼을 활용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다렌 탕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사무총장은 한국이 기술을 넘어 문화까지 아우르는 지식재산(IP) 선도국으로서 이미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만큼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다른 국가들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경제가 혁신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IP 생태계가 '중소기업-여성-청년' 등을 아우르는 포용적인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탕 사무총장은 지난 9일 파이낸셜뉴스와 특허청이 공동주최한 '제13회 국제지식재산보호 컨퍼런스' 기조연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탕 사무총장이 소속된 WIPO는 국제 지식재산권 관련 26개 국제 조항을 관장하는 유엔 산하 기구로 세계 특허,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관련 업무를 관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9년 가입했다. 다음은 탕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은 첫 방문인지.

▲과거에 여러번 출장을 왔었지만 사무총장으로서는 첫 방문이다. 이전 방문하고 같은게 있다면 여전히 서울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 LG디지털 센터에서 한국 기술을 체험할 수 있었다. 종이처럼 돌돌 말리는 TV를 보고 'WIPO에도 들여와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다. 이전 방문과 다른건 WIPO 사무총장으로서 방문하다보니 회의 등 공식 일정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딸 아이가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1980~1990년대 크면서 아시아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일본의 J팝이나 홍콩 영화,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랐다. 그런데 지금 젊은 세대들은 K팝을 듣고 K드라마를 본다. 오징어게임, 기생충을 비롯한 콘텐츠도 인기다. 최근에는 딸 아이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라고 해서 우영우를 재미있게 봤다. 한국 문화가 우수하기 때문에 젊은 층들이 매료가 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한국하면 기술을 떠올렸다면 지금은 한국하면 기술을 넘어서서 문화를 생각한다. 그리고 BTS를 생각하고 블랙핑크를 자동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딸이 한국어를 배우는 걸 보면 독학을 하고 있다. 독학을 하면서 하는 얘기가 한글이 굉장히 과학적이라서 배우는게 어렵지가 않다고 한다. 세종대왕이 600년 전에 너무나도 훌륭한 한글을 창제해줬다. 수업을 듣지 않는데도 온라인으로 한국어 수업을 들으면서 계속해서 실력이 느는 걸 보는데, 이 모든 것이 한국 소프트웨어 파워의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글로벌 IP분야에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이 있다면

▲내가 봤을때는 3가지가 크다. 첫번째는 한국에서는 WIPO 공적지원을 통해 IP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신탁기금 투자를 해서 지난 20년간 전세계에서 거의 최대 규모로 계속해서 IP교육이 전 세계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여기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특허청, KDI 4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 2019년부터 운영중인 지식재산 개발정책 석사 과정(MIPD)에 대한 협약이다. 이 과정의 졸업생 가운데 동티모르 출신이 한명 있는데 지금 와이포 컨설턴트로 일을 하면서 동티모르 최초의 IP 관청 설립 자문위원으로 활약중이다. 한국에서 전수받은 그런 노하우를 직접 가져가서 자국에 적용하는 이런 사례들이 한국이 전수할 수 있는 좋은 부분이다.

두번째로는 한국의 기술과 혁신을 얘기하게 된다. 한국은 혁신 기술을 다수 보유한 국가다.

전 세계에서 마주하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한국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의 하나가 기후변화다. 'WIPO 그린'은 기술 매칭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기술 혁신가들과 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한국기업들이 WIPO 그린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할 여지는 크다고 본다.

다음으로는 개인적으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UN지속개발가능목표이다. 달성을 위해서는 교육이 절실한 상황인데, 이런 교육을 싱가포르는 잘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싱가포르가 있고, 한국의 성공요인도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교육열이 없었다면 지금의 한국이나 싱가포르는 없었을 것이다.

교육 기술을 개발도상국 등에 전파할 수 있다면 굉장히 좋을 것이다. 한국의 기술을 통해 한국처럼 발전하고 싶어하는 나라들을 도와줄 수 있다면 그 안에서 한국의 역할이 클 것이다.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IP모델을 예로 든다면

▲한국이 또한 모델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우수한 IP생태계다. 혁신과 창의적인 경제를 이뤄낼 수 있는 IP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앞으로도 전세계는 한국이 어떻게 해나가는지, 어떻게 IP 생태계를 발전시켜나갈지 주시할 것이다.

여기에서 또한 중요해지는 것이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IP 자금조달이다. IP금융이라고 하는 것이다. 원래 IP는 법적인 권리였다가 그 다음에는 사업자산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이제는 금융자산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뤄진 IP기반 자금조달액을 보면 20억~30억달러, 200건에 달하는 IP금융 수혜 사례들이 있었다. 이런 면에서 벌써 주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IP금융 동향에 대해 전 세계의 관심이 크다.

어떤 산업적인 혁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의 경제와 산업혁신이 융합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메타버스, E스포츠만 보더라도 어떤 제품이나 상품을 넘어서는 경험이 결국에는 우선이 된다. 이런 혁신을 넘어서는 새로운 표현과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그런 발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메타버스 양상을 보면 이렇게 엔터테인먼트와 기술과 라이프스타일간의 조합이 이뤄지고 있다.

더이상 특허나 상표권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여기에 저작권까지 같이 융합된다. 이렇게 지재권 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전체적인 융합이 이뤄지면서 기존의 가치를 넘어서는 순간이 일어날 것이고 이렇게 했을때 전 세계에서는 한국의 사례를 배우고 또 한국의 사례에서 영감을 얻어갈 것이다.
■ 약력 △1972년생 △1997년 싱가포르대학 법학학사 △2006년 미국 조지타운법과대학 법학석사 △2015년 싱가포르 특허청장 △2017년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저작권 상설위원회 의장 △2020년 WIPO 사무총장
■ 약력 △1972년생 △1997년 싱가포르대학 법학학사 △2006년 미국 조지타운법과대학 법학석사 △2015년 싱가포르 특허청장 △2017년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저작권 상설위원회 의장 △2020년 WIPO 사무총장


―글로벌 IP분야에서 가장 큰 화두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지식재산 분야에서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임팩트, 즉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WIPO의 여러 연구에서도 이것이 드러나고 있다. 글로벌 혁신 경제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분명히 특허는 삶을 바꿔주고 상표권은 삶을 개선시켜지고 저작권은 사람들을 웃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IP를 통해서 가시적인 임팩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임팩트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기술적인 전문가들은 계속해서 이런 것들이 어렵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중단되어서는 안된다. 모두가 가시적으로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IP 임팩트를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했을때 글로벌 사회를 바꿔놓는 IP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성장을 위해 IP 생태계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이 있다면

▲앞으로의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지식재산 생태계가 무엇보다 포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IP생태계를 봤을 때 중소기업, 여성 그리고 청년들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는 IP의 미래를 위해 전혀 좋지 못하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 대다수의 기업은 중소기업이고 대부분의 고용이 중소기업에서 나온다. 그런데 중소기업들은 IP에 익숙하지 않고 생소하다.

또한 여성의 기여도 독려해야 한다. 전 세계 인구의 50%는 여성이지만 현재 혁신, 차의 쪽에서 여성의 기여가 크지 않다. 특허출원만 보더라도 전체 특허출원에서 여성 출원인 비율은 16.5%에 그치고 있다. 이런 간극을 좁혀야 한다.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STEM)에서 참여를 높여야한다.

끝으로 청년은 국가의 미래다. 그렇기 때문에 IP가 청년들이 거치는 여정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들의 이런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는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이와 관련 WIPO는 우간다에서 70여명의 여성들에게 기업가에 대한 멘토링을 실시했다. 그래서 이 분들이 지재권 시스템을 사업 성장에 이용하도록 했다. 이들을 IP전문가로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IP를 성장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32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중남미에서 STEM 커리어를 지원하기도 했다.

연구자, 과학자 등을 대상으로 이들이 연구성과에 대한 특허를 출원할 수 있도록 하고 상표권과 디자인을 출원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WIPO에서는 전세계에서 최대 규모의 지재권 아카데미가 있다. 지난 2년간 27만명, 20년간 100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료했다.
중소기업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고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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