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패션업계, 자체 중고거래 시장 키우는 이유는?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9 13:28

수정 2023.02.19 13:28

코오롱인더스트리 중고거래 플랫폼 '오엘오 릴레이 마켓'
코오롱인더스트리 중고거래 플랫폼 '오엘오 릴레이 마켓'

[파이낸셜뉴스] 자체적으로 중고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가 늘고 있다. 패션 산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차원에서 자원 순환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패션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한 뒤 사용하고 다시 재판매까지 할 수 있는 구조를 직접적으로 중개하고 나섰다. 특히 유아동복 브랜드의 경우 아이들이 자라날 세상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중고거래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는 제품 구매를 지향하는 '그린슈머'를 적극 공략하기 위해 자체 중고거래 시장을 키우는 추세다. 그린슈머란 자연을 대표하는 그린(Gree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환경 보호를 고려하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신제품 출시와 판매에 매진하던 과거와 달리 '구매-사용-판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제품의 사용 주기를 연장하고, ESG 실천에 일조하는 게 패션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지난해 7월 패션기업 최초로 중고 거래 서비스 플랫폼 '오엘오 릴레이 마켓(OLO Relay Market)'을 정식 오픈했다. 코오롱 전용 리세일 마켓으로 브랜드 제품을 중고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사이트다.

소비자들은 '오엘오 릴레이 마켓'을 통해 코오롱FnC의 중고 의류를 판매 및 구매할 수 있다. 고객이 코오롱FnC 브랜드의 중고 제품을 판매하면 보상으로 E코오롱포인트를 지급받는다. 이는 '코오롱몰'에서 새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순환된다.

유아동복 업계는 자원 순환을 통한 ESG 경영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윤리적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패션기업 한세엠케이는 지난 2월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키즈 오프라인 전 매장에서 기존에 입던 청바지를 가져오면 신상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청바지 반납 개수와 관계없이 1인당 1회에 한해 20% 쿠폰을 지급하고, 쿠폰은 매장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타사 제품이나 성인 의류도 쿠폰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해 적극적인 자원 재활용을 도모했다. 리바이스키즈는 리사이클링 소재를 활용한 에코 데님, 지속가능한 소재인 오가닉 코튼을 활용한 티셔츠 등 친환경 제품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키즈 편집숍 포레포레도 중고 시장을 만들어 자사 제품의 적극적인 재사용을 중개하고 있다. 포레포레는 중고마켓 솔루션을 운영하는 '마들렌메모리'와 협업해 중고 거래 서비스 '그린포레(GREEN FORET)'를 출시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치 있는 소비'를 강조하는 포레포레는 작아진 아이옷을 팔고 포레포레 적립금으로 돌려받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성장 속도가 빠른 아이들의 옷은 재사용의 가치도 크기 때문에 이같은 리셀 시장은 성인용 의류에 비해 더욱 활발하게 형성될 수 있다.

그린포레 고객들도 "새 제품처럼 포장돼 있었다", "품절돼 못 샀던 상품인데 잘 받았다" 등 긍정적인 후기를 쏟아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원의 재활용과 선순환 차원에서 중고 거래가 갖는 가치도 물론 높지만 오랫동안 사용해도 손상이 덜 되는 양질의 제품이라는 인증을 받는 셈"이라면서 "또 리셀 수요가 있다는 것 자체가 브랜드에 대한 프리미엄을 더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