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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셉트 확실해야”···피 튀기는 자산운용사 유튜브 경쟁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5 09:00

수정 2023.02.15 11:39

투자정보도 주면서 자체 홍보 창구로 활용
"한방에 먹혀야 2030 유치" 유명인 찬스도
자산운용사 유튜브 채널 규모 및 콘텐츠 / 그래픽=정기현 기자
자산운용사 유튜브 채널 규모 및 콘텐츠 / 그래픽=정기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자산운용사들이 유튜브 채널 콘셉트 잡기에 한창이다. 시청자 눈에 띄어 초기에 사로잡아야 구독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채널은 상품을 알리는 등 자체 홍보 창구로 쓰는 데 그 의의가 있는 만큼 구독자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 이상 판매사에 상품 유통 전권을 일임하지 않고 스스로 판로를 만들어보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이에 유명인을 초청하거나 자사 펀드매니저를 직접 등장시켜 콘텐츠 신뢰도를 높이는 한편, 조직 차원에선 별도 인력을 배치하는 등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노골적으로 상품 홍보만 고집하기보다 시장, 업계 이야기를 전달하는 콘텐츠를 생산함으로써 거부감도 낮추고 있다.


시리즈 론칭, 유명인도 협업

15일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유튜브 채널 구독자를 끌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단편적 영상이 아닌 시리즈로 구성해 연속성을 확보하는 게 특징이다. 채널 충성도를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분석된다.

몸집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가장 크다. 구독자 13만3000명을 보유하고 있다. 동영상도 400개가 넘는다. 대표 시리즈 콘텐츠인 ‘펀드데이트’에선 주식·채권·원자재 시장 전망을 내놓고, ‘이슈브리핑’에선 최근 자본시장 사건들을 짚는다.

모델 '정혁'. /뉴시스
모델 '정혁'. /뉴시스
유명인 찬스도 쓴다. ‘You돈Konw’ 시리즈엔 모델 정혁씨가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실제 영상당 조회수가 3만~4만회를 기록하는 등 성과도 양호하다.

10만5000명 구독자를 지닌 삼성자산운용은 상장지수펀드(ETF) 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뻔펀ETF’ 시리즈를 통해 그저 상품을 전면에 내걸기보다 시장 분석 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이는 방식을 택했다. ‘박곰희TV’ 채널(구독자 54만6000명) 운영자와 협업한 영상도 선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베트남 투자 선도 운용사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달 26일 ‘한투베트남’ 예고편 공개 이후 현재 5편까지 나왔다. 이 기간 구독자도 2만명 넘게 늘었다.

KB자산운용은 국내 최다 채권 ETF를 굴리고 있는 만큼 ‘채알못 탈출 시리즈’를 내세우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전통 금융투자업자임에도 대체불가토큰(NFT), 디파이, 코인 등 가상자산 연관 콘텐츠를 다수 다루고 있다.

어설픈 품질·콘셉트 탈피

유튜브 광고 수익은 없거나 크지 않다. 때문에 수익처 확보보단 자체 홍보 수단을 소유하는 게 주 목적이다. 언론, 광고와 달리 내용 편집과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미래 투자자들을 이끌기 위한 유용한 언로(言路)로서 작용한다.

이때 관건은 시청자 구미를 당기는 일인 만큼 운용사들은 트렌드 파악에 열심이다. 최근 금융투자 대상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옮아간 시류를 반영한 콘텐츠 비중이 높아진 점도 그 일환이다. 형식 측면에서 전문가 한두 명이 출연해 5~10분가량 대담을 이어가던 단순한 방식을 넘어 인터뷰, 다큐멘터리, 그래픽, 광고 등으로 다변화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유행에 민감한 2030세대를 주 타깃으로 삼은 이상 ‘정체’는 독이다. 썸네일(표지화면) 역시 사진과 글자를 조합한 수준에서 보다 구독자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발전했다.

상품 소개에만 치중하지 않고, 업계 전반에 걸쳐 시청자 궁금증 해소하는 영상을 되레 늘리고 있기도 하다. 그 노력이 실적으로 연결되는 결과는 덤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실제 자사 상품을 살리는 효과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최근 1개월 간 국내 베트남 펀드에 약 308억원이 유입됐는데, 72%에 달하는 221억원을 한투운용 펀드가 잡았다.

이를 뒷받침하는 토대는 인력이다. 해당 업무를 전담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효율성도 올라간다는 점을 운용사들도 인지하고 있다. 동시에 전문성 제고 노력도 한다. PD 출신을 담당자로 영입한 곳도 있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제작할 땐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보다는 영상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인지 여부를 고려한다”며 “그 연장선에서 상품 판매를 위한 창구로만 활용하기보다 고객 투자활동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장기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NH-Amundi자산운용 관계자는 “금융증권이라는 주제가 딱딱하다보니 표현, 자막, 디자인, 자료화면 등에 보다 신경을 쓰고 있다”며 “개인투자자에게 직접 마케팅 할 경로가 없는 운용사로선 유튜브 채널이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통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댓글 등을 통해 반응과 니즈를 확인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갈 길은 멀다.
증권사에 비해 후발주자인데다, 인력 자체가 달리는 만큼 영상 개수 등에 매몰되기보다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나아가 유튜브를 포함한 SNS, 웨비나, 카드뉴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한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직접 고객을 접하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비즈니스인데다 투입하는 자원 규모 자체가 다르다”며 “이미 먼저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어 구독자를 선점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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