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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톡] 삼성은 애플을 막을 수 있나

[재팬 톡] 삼성은 애플을 막을 수 있나
삼성 '갤럭시'를 쓰다가 3년 전 애플 '아이폰'으로 갈아탔다. 당시 삼성 출입기자로 우리 기업이 잘돼야지 하는 마음과 함께 경쟁사 제품을 한번 써봐야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지 않나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기자는 '앱등이'(애플과 곱등이의 합성어로 애플 충성고객)를 부정할 수 없게 됐다. 아이폰으로 시작한 애플 제품은 '에어팟'으로, '애플워치'로, '아이패드'로 확장됐다.

별 필요도 없었던 아이패드를 구매할 때는 꼭 필요한 이유를 찾기 위해 몇 달간 고민하다가 결국 사용처를 찾지 못한 채 구매 버튼을 눌렀다. 얼마 전부터는 '맥북'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합리화를 시도하고 있다. 스파이로 들어갔다가 되레 포섭당한 케이스다.

왜 그랬을까. 변명을 하자면 애플의 생태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고 하겠다. 성능과 서비스는 기본이고, 소비자의 상상을 뛰어넘는 큰 업데이트가 계속됐다. 그때마다 감탄했다. 애플 행사가 있을 때는 새벽잠을 참고 찾아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사실은 제품으로 무엇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사고 싶다'는 소유욕이 더 컸다. 그게 진짜 이유다.

사람들이 말하는 애플의 '감성'은 이런 것이다. 한 기업의 철학과 방향성이 트렌드가 되고,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것. 디자인과 신기술로 유행을 선도하고, 대세가 되고, 사람들의 '잇템'(꼭 있어야 하거나 갖고 싶어하는 아이템)이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애플페이'가 상륙한다고 난리다. 갤럭시 사용자들은 크게 삼성페이와 통화녹음 두 가지 기능에 묶인 경우가 많다. 기자도 아이폰을 쓰면서 다시 카드를 챙겨야 했고, 통화녹음이 안 되는 점도 불편했다. 한국에서 애플페이가 서비스되면 애플은 강력한 무기 하나를 얻게 된다.

일본은 애플페이가 이미 대중화됐다. 특파원으로 부임하자마자 애플페이부터 써봤다. 삼성페이와 다를 게 없었다. 한국에선 아직 애플페이의 교통카드 서비스는 지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보도되고 있으나 일본에선 모두 지원된다. 그런 비교보다는 '아이폰에서 안 되던 게 이젠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 패션 트렌드의 성지인 하라주쿠의 갤럭시 매장에서는 삼성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일본에서 삼성이란 브랜드는 장사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학생들도 한국처럼 대부분 아이폰을 쓴다고 한다. 애플에 익숙한 이 아이들은 10년 뒤 애플을 먹여 살릴 것이다.

'애플은 감성, 삼성은 성능'이라는 말이 쉽게 통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애플이 자체개발 스마트폰 칩인 M1을 공개하고, 갤럭시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이 터진 이후 이 주장은 힘을 잃었다.
'삼성=성능'도 벌써 '라떼'가 되고 있다. 어찌 보면 프리미엄 폰에서 성능은 당연한 것이다. 삼성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딩 한 스푼이 필요하다.

km@fnnews.com 김경민 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