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경기부진 아랑곳 않는 대기업 노조 "다른 회사만큼 성과급"[기업환경 여전히 안갯속]

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4 18:41

수정 2023.02.14 18:41

글로벌 경기침체 기정사실인데
지난해 실적만 내세워 회사 압박
삼성 노조연대 "세전이익 20%"
반도체 한파에 무리한 요구 눈살
현대차·기아도 "작년처럼 달라"
타사 비교해가며 강경투쟁 예고
경기부진 아랑곳 않는 대기업 노조 "다른 회사만큼 성과급"[기업환경 여전히 안갯속]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본격화되고 수출이 급감하고 있지만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잇따라 성과급을 요구하며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현대자동차·기아 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만큼 특별성과급을 주장하고 있다. 삼성 계열사 11곳 노조로 꾸려진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삼성연대)도 세전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달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작년 호실적을 기록한 은행·정유·배터리 등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확산되자 나머지 기업 노조들도 경쟁적으로 성과급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기아 노조 "특별성과급"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노조는 최근 회사와 가진 올해 경영계획 설명회에서 특별성과급을 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낸 만큼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특별성과급을 즉시 지급하라는 주장이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작년 초 이례적으로 400만원의 특별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한 바 있는데, 올해도 작년처럼 임금협상에 포함되지 않는 별도의 격려금을 달라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노보를 통해 "올해 생산계획을 보면 185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공장이 평일과 주말 없이 완전히 가동해야 달성이 가능한 목표인 만큼 사기진작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보에는 CJ올리브영, E1,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LG에너지솔루션 등 다른 기업들의 성과급 현황이 담겼는데 다른 대기업 직원들과 비교해 직원들의 허탈감 역시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조는 특별성과급이 없다면 강경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기아 노조는 서울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사옥 앞에서 특별성과급 요구를 위해 전날부터 무기한의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삼성노조, 세전이익 20% 요구

지난해 4·4분기 최악의 실적을 거둔 삼성도 '반도체 한파'에 이어 극한의 노사갈등까지 겹치면서 '내우외환'에 빠졌다.

작년 4·4분기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냈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고 재고가 늘어난 탓이다. 이처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노사갈등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2020년 이재용 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삼성 내 노조 결정이 확대되면서 임금과 성과급 인상에 대한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의 삼성 계열사 11곳의 노조로 구성된 삼성연대는 올해 임금협상 10대 요구안을 통해 세전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모회사와 자회사의 성과급을 동일하게 지급하라고 요구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또 삼성연대는 공통급을 10%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선 한국노총이 올해보다 상대적으로 호황이었던 최근 3년간 제시한 임금인상 요구율은 6.8~8.5%인 점을 비춰 봤을 때 과도한 요구라고 보고 있다.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이어질수록 삼성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MZ세대 중심 성과급 갈등 확산

이처럼 은행·정유·배터리 등 지난해 호실적을 낸 기업들이 기본급의 1000% 이상 성과급 지급 행렬에 나서고, 삼성과 현대차 등 재계서열 4대 그룹 노조들까지 성과급 요구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면서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요구의 중심축은 투명한 성과보상을 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이다.
이번에 특별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는 현대차·기아 노조 역시 생산직뿐만 아니라 사무·연구직을 비롯한 MZ세대 직원들의 요구사항이 적극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성과급으로 인해 노사갈등을 넘어 '노노갈등'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주로 최근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는 기업들이 연봉이 높은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그렇지 못한 중견기업 이하 기업의 종사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사회적으로도 향후 임금격차가 더 벌어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김준석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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