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달러 주춤하자 금의환향… "金, 최고가 쓴다" 전망 솔솔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5 18:10

수정 2023.02.15 19:38

다시 뜨는 안전자산, 금
금값 한 달 새 6.7% 상승
온스당 1945달러까지 올라
작년 초강세 달러는 힘빠져
철·화학 같은 원자재 흐름 타
각국 중앙은행 추가매입 나서
韓銀 보유량은 10년째 제자리
전문가 "점진적으로 늘려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시스
안전자산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미국 달러와 금 가격은 통상적으로 반대로 움직인다. 올해처럼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금값이 오르는 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면서 '금리인상 끝물'이라는 기대감에 달러는 외환시장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금값은 지난 1월 27일 온스당 1945달러까지 올라 역대 최고가(2069달러)를 넘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심상찮은 상승세에 금 시장의 '큰 손' 중앙은행들이 지난해 금을 대거 사들인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전체 외환보유액의 1.1%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갑작스럽게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금값 상승세를 고려해 차차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 안전자산으로 매력도↑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값은 지난달 27일 온스당 1945달러까지 올랐다. 한 달 만에 금값이 6.7% 뛴 것이다. 일각에서는 2020년 8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2069.4달러)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후 하락세를 보여 1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1865.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금 가격이 지난해와 비교해 오르는 것은 금이 통상적으로 실질금리, 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는 '음의 상관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 달러는 지난해 초강세를 보였다가 올해 들어서는 하락하는 흐름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월 말 100후반대까지 떨어졌다. 금리인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시장 기대 또한 달러 약세에 기여하고 있다.

강재현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금도 결국에는 원자재이므로 달러가 약할 때 강세를 나타내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상 달러 약세 수혜주로 철강, 화학, 조선 등을 꼽을 만큼 달러와 원자재는 반대 흐름을 연출해 왔다. 금도 이런 사이클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한은 금 보유량 10년째 그대로

금의 매력도가 높아지자 지난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을 대거 사들였다. 세계금협회(WCG)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과 금융회사들이 지난해 1~3분기 약 673t 규모의 금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1967년 이후 55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특히 달러가 강세를 보이던 지난해 3·4분기 순매수 규모는 400t으로 전년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터키·우즈베키스탄·인도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이 많았으며, 중국 인민은행은 2019년 이후 3년여 만인 지난해 11월 금 보유량을 약 29t 늘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지난해 9월 기준 3만 6746t으로 1974년 이후 4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행 금 보유량은 10년째 그대로다. 1월 말 외환보유액 4299억 7000만달러 중 금은 47억 9000만달러로, 전체 1.1%에 그쳤다. 한국은행은 김중수 전 총재 시절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90t의 금을 매입한 이후 추가로 매입하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량을 늘린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금 보유량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국은행은 금 보유량을 늘린 신흥국과 상황이 다르다며 금 추가매입에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은 핵심 관계자는 "금 90t을 매입했을 때는 외환보유액이 처음으로 3000만달러를 넘어서는 등 보유액이 늘어나는 추세라 외화자산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금값 변동성이 크고 보관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감안해 추가로 매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중앙은행이 금을 사들인 데에는 "외화자산의 운용 측면도 있지만 지정학적 위험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달러 제재 우려가 있는 곳들이 금 보유를 늘린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이 다른 자산에 비해 유동화가 어렵다는 점도 한은이 금 추가 매입에 조심스러운 이유다.

전문가들은 미국 달러와 금 가치 추이 등을 봤을 때 한은이 금 보유를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봤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대내외 불균형이 심화됐기 때문에 달러화가 2~3년에 걸쳐 20% 정도 추가 하락할 수 있다"라며 "달러 가치가 1% 떨어지면 금값이 1% 오르는 추세를 고려해 한은이 금 보유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한은이 금을 '알 낳지 않는 암탉'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금은 채권, 주식과 달리 이자도 배당도 나오지 않는다"라며 "하지만 달러 가치 하락이 길어질 것이기 때문에 한은이 인식을 바꿔 금 보유를 점차 늘려야 한다"고 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는 "한은 입장에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차원에서 달러와 금 비중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기는 하다"면서도 "지금 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조금씩, 또 시세를 어느 정도 반영해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대폭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이 아니라 약간의 미세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점진적이고 신중한 추가 매입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한은에서는 외환보유액 수준, 자산 다변화 정도, 금의 효용성 등을 전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아직까지는 금 매입에 신중한 기류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외환보유액 증가는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인한 기타 외화자산 환산액이 올라가면서 기술적으로 반등한 것"이라며 "현재 외환보유액 수준과 시장 여건, 금을 가지고 있을 때의 효용성을 따져볼 때 아직 금을 매입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예지 기자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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