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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끊고 알뜰한 한끼"…미친 물가에 짠테크 '냉장고 파먹기'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8 05:00

수정 2023.02.18 05:00

냉장고 음식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냉장고 음식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파이낸셜뉴스] 5%대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냉장고 파먹기'가 재인기를 누리고 있다. 냉장고 파먹기는 냉장고에 있는 음식 재료를 다먹을 때까지 장을 보지 않거나 장보기를 최소화하는 '짠테크'의 일종이다. 외식이나 배달 음식을 끊고, 냉장고에 남은 식재료들로 한 끼를 떼운다. 생활비 급등에 "더 줄일 건 식비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나가면 돈 든다" 직장인도, 주부도 '냉파'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외식물가는 지난 1월 전년 동월보다 7.7% 올랐다. 공공요금,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등 전방위 가격이 뛰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5.2% 올랐다.


외식물가는 그간 8%대를 웃돌다 소폭 하락했지만 소비자 체감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30대 금융업 종사자 A씨는 "물가가 올라 주말 외식을 딱 끊었다"면서 "지금 3주째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들로만 주말을 버텼다"고 말했다. 그는 "외식도 하고싶고 예쁜 카페에도 가고싶지만 공공요금 등 생활비 부담 늘어서 주말이라도 식비를 줄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주부들 사이에서도 '냉장고 파먹기'가 인기다.

세종시에 거주 중인 30대 주부 B씨는 "전기·가스요금이 급등하고, 각종 생활비를 줄이려고 노력하는데 식비 말고는 더 줄일게 없다"면서 "냉장고 구석에 있던 식재료, 인스턴트까지 털어서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주부 C씨는 "맘카페 같은 커뮤니티에서 냉장고 파먹기 이야기가 많다"며 "냉동식품까지 싹 떨어져서 장보러 가야하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서 장보러 가기 두렵다"고 말했다.

실제 소비자들은 높아진 물가에 외식 횟수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1·4분기(1~3월) 외식업 경기 흐름을 예상하는 경기전망지수는 85.76으로 전 분기 대비 9.22포인트 급락했다. 지난해 4·4분기(10~12월)부터 2개 분기 연속 하락세다.

'집밥'도 만만찮다…장바구니 물가↑

하지만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등 장바구니 물가 상승에 '집밥'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1월 채소류 물가는 전년보다 5.5%, 전월보다 14.2% 올랐다. 양파(33.0%), 귤(14.3%), 오이(25.8%), 파(22.8%) 등의 상승세가 컸다. 축산물도 닭고기(18.5%), 돼지고기(1.9%) 등이 급등했다. 고등어(12.8%), 오징어(15.6%) 등이 오르면서 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7.8%를 기록했다.

빵(14.8%), 스낵 과자(14.0%) 등 가공식품 물가 역시 10.3% 올랐다. 이는 2009년 4월(11.1%) 이후 13년 9개월 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이미 오를대로 올라버린 물가지만, 더 큰 문제는 향후 전망이다. 2월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등은 잇따라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4월엔 주세 인상까지 예고돼 있어 당분간 먹거리 물가의 대폭 하락은 어려울 전망이다. 먹거리 물가는 공공요금 인상과 함께 주요 물가 상방 요인으로 꼽힌다.

2월도 5% 고물가 전망…언제 꺾이나

1월에 이어 2월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안팎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먹거리 물가를 잡기 위해 가격이 급등한 농·축·수산물 공급물량을 늘리고, 가격을 올리는 가공식품 업계와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물가안정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2%에서 3.5%로 0.3%p 상향 조정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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