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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선업 ‘누칼협’에서 ‘중꺾마’까지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9 19:51

수정 2023.02.19 19:51

[기자수첩] 조선업 ‘누칼협’에서 ‘중꺾마’까지
지난해부터 인터넷 댓글에 자주 보이는 신조어 중 하나는 '누칼협'이다. 누칼협은 '누가 칼들고 협박이라도 했냐'의 줄임말이다. 부당한 업무환경, 불합리한 사회구조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에게 "네가 처한 악조건은 누가 억지로 강요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네 자유의지에 따라 스스로 선택한 결과"라고 냉소하는 말이다.

특히 최근 공무원과 사기업 간 연봉 격차가 벌어지면서 공무원을 상대로 주로 쓰인다. 조선업계도 이 말이 예외는 아니다. 한 조선업 종사자는 "대졸 9년차인데 공무원 세전 연봉이 비슷하거나 더 높은 거 보고 놀랐다"고 푸념했다.
공무원 안정성에 그 연봉이면 당장 이직하고 싶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칼 들고 협박하는 게 아니다 보니 조선업 인력이 빠져나가 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법무부는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이달 외국인 2000여명을 조선업 현장에 배치하기로 했다. 물론 이것이 최선책인가 하는 의문은 있지만 당장의 처우개선이 어렵다면 마땅한 대안이 없어 보이긴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선업계의 애물단지였던 대우조선해양이 한화로 인수된다는 점이다. 한화가 인수를 마무리한 뒤 수년째 사실상 동결에 가까웠던 직원들의 처우개선에 앞장선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직원들의 이직도 줄어들고 사기가 진작될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국내 조선 빅3 업체들의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당장 흑자가 난다고 해도 그동안의 적자를 메우려면 직원들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는 어려울 게다. 그 대신 적정 격려금을 주는 것은 어떨까.

세계 1~2위 수준의 조선업계에서 일한다는 자부심만 갖고 견디기엔 역부족이다. 요즘 애사심은 돈에서 나온다고들 한다.


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줄여서 '중꺾마'라는 신조어가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수년간 역경을 감내하면서 꺾이지 않고 묵묵히 일해온 조선업 종사자들에게 격려금은 일종의 위로다.
회사 일이 고되고 힘들어도 월급과 상여금이 들어오면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현상인 이른바 '금융치료'를 조선업 종사자들도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길 기원해본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산업 IT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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